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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발언대] 복지의 경계 밖…1형 당뇨가 남긴 질문

 

【 청년일보 】 2형 당뇨가 아닌, 1형 당뇨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제1형 당뇨병(Type 1 Diabetes Mellitus)은 췌장의 베타세포 파괴로 인슐린 분비 기능이 상실돼, 환자 스스로 인슐린 주사 등으로 혈당을 조절해야 하는 자가면역질환입니다. 현재는 치료법이 존재하지 않으며, 발병 원인 또한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연구팀에 따르면, 1형 당뇨 환자의 자살 위험은 다른 사람보다 2배, 암 환자보다 1.8배 높다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 보건복지부가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 예고(2026년 5월 1일 시행 예정)함에 따라, 1형 당뇨가 '췌장 장애' 범주 안에서 장애 인정을 받게 됐습니다. 미국에 비해 8년, 영국에 비해 16년 늦게 장애 혜택을 제공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2005년부터 대한소아내분비학회, 한국소아당뇨인협회, 대한당뇨병학회는 1형 당뇨병을 희귀·중증·난치 질환으로 등록하려고 노력해 왔으나 그 노력은 번번이 무산되었습니다.

 

2022년 대선과 2024년 총선 때에 다섯 차례 당뇨병 관련 토론회를 개최했고, 환자 개인들은 국민 동의 청원 글을 올렸지만 결실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보건복지부가 신속하게 1형 당뇨의 장애 판정을 추진한 데에는, 태안에서 한 초등학생과 부모가 1형 당뇨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결정적인 계기였다고 합니다.

 

이후에 1형 당뇨가 장애로 인정돼야 한다는 환자들의 목소리가 주요 방송사 뉴스에서 언급되며 중요성이 대두되었습니다.

 

1형 당뇨의 장애 인정이 늦어진 이유는 연간 소요 의료비가 실제보다 적게 추산되었기 때문입니다. 1형 당뇨 환자는 알코올 솜, 주삿바늘(니들), 여러 종류의 인슐린, (연속)혈당측정기, 상급 병원 외래진료비, 정기적인 안과 검진 비용 등 많은 소모성 지출을 부담합니다.

 

하지만 연간 의료비 산정에서 인슐린 가격만 인정돼 이러한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비록 1형 당뇨 환자들은 내년부터 장애 인정을 받겠지만, 아직 사회에는 이와 같이 구체적 산정 기준의 한계로 인해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시가 만성 가성 장폐색이나 단장증후군 환자들입니다. 장 기능이 마비돼 음식 섭취가 불가해 TPN(총정맥영양법)에 의존하는 만큼, 이들은 가정 TPN 법제화나 의료용 택배 허용이 필요합니다.

 

또, 중심정맥관은 말초 정맥보다 굵고, 깊은 정맥에 삽입됩니다. 그만큼 감염이나 손상으로 인한 출혈, 패혈증 등 여러 합병증의 발생 위험이 큽니다. 따라서 환자들은 감염·영양관리 매뉴얼 마련을 국가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예시는 HIV 감염 환자들입니다. 면역체계 손상으로 일상생활이 제약되고, 사회적으로 배제돼 경제적 부담이 크지만, 장애 판정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에 올해 10월에는 대구지방법원 앞에서 'HIV 장애인정을위한전국연대' 회원들이 장애등록거부 취소소송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습니다.

 

질환의 고통과 지원의 부재를 겪는 시민들의 실질적인 의료비 경감과 복지 지원, 그리고 질환 특성에 맞춘 의료비 및 장애 판정 산정 방식 개선이 필요합니다.

 

또한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만큼, 이제 모든 시민이 비장애와 장애 사이의 스펙트럼 사이에 존재하는 사회가 됐습니다. 지원이 '장애 여부'로만 이분화된 현 제도에서 나아가, '장애'에 가까울수록 지원율을 높이는 세분화된 차등 지원 체계가 필요해 보입니다.

 

지원만큼 중요한 것은 사회의 시선입니다. 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동등한 삶의 기회를 보장받는 시민으로 함께 설 수 있는 사회를 지향해야 합니다. 각자의 조건과 한계를 고려하는 사회에서는 만성 질환자들도 자신의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정책적 토대 위에서 진정한 자립을 이룰 수 있습니다.

 

질환을 가진 이들이 자립할 수 있을 때, 사회는 복지 지출을 줄이면서도 더 많은 구성원의 사회 참여가 이뤄집니다. 개인의 회복이 곧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길임을 의미합니다.
 


【 청년서포터즈 9기 임승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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