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서울 시내에는 남대문, 창신동, 돈의동, 영등포 그리고 동자동 등 다섯 곳에 쪽방촌이 있다. 이 중 동자동의 주민들이 9월 9일,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동자동 쪽방촌 공공주택지구 지정을 촉구했다. 2021년 2월 5일, 동자동 공공주택사업 정기계획이 발표된 이후 4년 7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동자동의 사업은 진척되지 않았다.
동자동은 현재 일제강점기 때 지어져 노후화가 심각한 주거시설로 구성되어 있다. 주민들은 직접 건물의 틈에 시멘트를 발라 임시로 건물을 보수하고 있으며, 콘크리트 밖으로 드러난 건물의 뼈대인 철근은 부식되었다. 높은 지대로 올라가는 유일한 수단인 경사로 계단은 언제 주저앉을지 모르고, 거대한 마을의 벽은 이미 붕괴되어 언제 허물어질지 모르는 상태다.
2021년 당시 정부는 다양한 주거 계층의 주거 안정을 목적으로 '주거복지 로드맵'이라는 방침과 함께 포용도시 지침을 내세웠다. 공공주택 개발사업은 이러한 정치적 지형 속에서 등장했다. 분양주택을 1160호, 임대주택을 1250호 공급하고 쪽방촌 주민들이 현재의 15% 수준의 저렴한 임대료에 기존보다 2~3배 넓고 쾌적한 공간에 거주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었다. 개발 동안 주민들은 구역 내 게스트하우스나 공원의 모듈러 주택에 임시로 이주했다가 완공되면 새롭게 입주한다.
사업이 진행되려면 주민 의견청취를 거쳐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 후 대상 부지가 주택지구로 지정되어야 한다. 1년 먼저 계획을 발표한 영등포와 대전에서는 각각 6개월, 7개월 만에 지정 절차가 완료되었다. 그러나 동자동은 2023년 개최된 주민설명회가 무산된 뒤 아무런 대책 없이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공공개발을 찬성하는 토지주들이 나서서 자리를 만들어보려 했으나 개인의 힘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깨달은 채 실패했다.
국토부는 일부 주민들의 민간 개발 요구로 지정 절차가 지연되고 있고, 자신들은 정보 제공과 소통을 통해 사업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서울시는 2023년 공공개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으나, 2024년에는 확답을 주지 않았다.
산업화가 시작된 이래, 도시를 개발한다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이 쫓겨난다는 것을 의미했다. 노동력을 위해 사람들을 임의로 이주시킨 후 판잣집을 짓고 정착하려 하면 사회의 암으로 규정하여 거주지를 없애고 또 다른 곳으로 몰아냈다. 아무것도 없었던 경기도 광주로 쫓겨난 도시 빈민들이 투쟁하여 거주할 최소의 권리를 얻어낸 광주 대단지 사건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조세희 선생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공'은 개발로 지어질 새 아파트에 입주할 형편이 못 되는 가난한 가족에게 벌어지는 비극을 통해 당대의 현실을 고발했다.
도시 빈민에게 있어 밀려난다는 것은 단순히 거주지를 옮기는 것뿐 아니라 주민들 간에 형성된 공동체를 흩어 버린다는 문제점 또한 가지고 있다. 동자동의 주민들은 동자동사랑방, 동자동사랑방마을 주민협동회라는 이름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주민 자치를 실현하고 사회적 연결이나 가족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마을만의 연대를 구축했다. 주민들 간의 연대뿐만 아니라, 주민 조직은 주거지 확보를 위한 공간 전략인 동시에 이들이 공동으로 공공 행정 세력과 협상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요소다.
주민 조직으로 기능하는 공동체는 당사자들을 입체적인 동료시민으로 조명하는 데 큰 역할을 하기도 한다. 쪽방촌과 다른 판자촌, 달동네를 설명할 때 사회구조적인 맥락으로 바라보지 않고 단순히 거시적인 시선으로 접근하면 우리는 당사자들을 '가장 극단적이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덩어리(The poor)'로 바라보게 된다. 동자동을 소개할 때 자신들의 목소리를 관철하기 위해 꾸준히 행동해 온 동자동사랑방을 다루는 것은 이들의 주체성을 부각하고, 보다 가까운 곳에서 함께 서울을 이루며 살아가는 동료시민으로 인식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이 획기적이라는 평가를 들으며 환영받은 것은 사업 구상이 바로 이런 맥락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민간이 주도하는 전통적인 의미인 재개발은 공동체를 파괴한다. 마을 주민들 간에 쌓아온 정과 연대를 유지할 권리는 살던 곳에서 돈이 없다는 이유로 밀려나지 않을 권리, 개인이 존엄한 삶을 유지할 권리와 더불어 동자동 주민들이 응당 누려야 할 기본권인 것이다.
공공주택사업은 주민들에게 있어 이러한 것들이 이뤄지는 삶이다. 2021년부터 2025년 현재까지 주민 100여 명이 돌아가시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온 이유일 테다. 부디 새롭게 바뀐 정권에서 빠른 시일 내에 주민들의 숙원을 이루어 주길 기대한다.
【 청년서포터즈 9기 정재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