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조작 의혹과 관련해 금융당국이 카카오 법인을 정조준하면서 카카오를 대주주로 둔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연일 급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김범수 카카오 전 의장이 금융감독원에 소환된다는 이야기가 나온 지난달 19일 이후 8거래일 동안 카카오뱅크 주가가 15% 이상 빠지면서 주당 가격이 1만8천원 초반대까지 하락했다.
더욱이 대주주 리스크로 인한 카카오뱅크 주가 급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카카오 전산센터 화재로 카카오 계열 은행인 카카오뱅크에서 '뱅크런' 우려가 발생, 이후 주가가 최저가까지 급락한 바 있다.
1일 은행권 및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카카오뱅크 주가는 지난달 19일 2만1천800원 이후 연일 급락해 전날 기준 1만8천160원에서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지난달 19일 이후 8거래일 만에 15.5% 급락한 것으로, 지난해 11월 1일 1만7천300원 이후 약 1년 만에 가장 낮은 가격이다.
이 같은 주가 급락은 지난달 19일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이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등 3명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비롯됐다.
이들은 지난 2월 SM엔터 경영권 인수전에서 경쟁자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2천400여억원을 투입해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끌어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어 특사경은 지난달 23일 김범수 카카오 전 의장을 소환해 15시간이 넘는 마라톤 조사를 진행했고, 카카오 법인에 대해서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문제는 카카오 법인이 향후 법원에서 벌금형 이상의 유죄가 확정될 경우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적격성에도 문제가 생긴다는 점이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주식의 27.17%를 보유한 최대주주지만, 유죄가 확정되면 사실상 보유 지분의 10%만 남기고 나머지를 처분해야 한다. 이 경우 최대주주는 카카오보다 카카오뱅크 주식을 1주 덜 보유하고 있는 한국투자증권으로 바뀌게 된다.
물론 카카오의 유죄 확정까지는 상당히 긴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큰 만큼, 당장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가 변경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은행권의 중론이다.
그러나 대주주의 사법리스크가 계열사인 카카오뱅크의 주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은 계속되고 있다.
이로써 카카오뱅크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대주주인 카카오의 악재로 비롯된 불똥을 연이어 맞게 됐다.
앞서 지난해 10월 15일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이른바 '카카오 먹통 사태'가 발생했다. 화재 직후 불똥은 카카오의 금융계열사인 카카오뱅크로 튀면서 고객들은 불안감에 맡겨놓았던 돈을 빼는 '뱅크런' 우려까지 제기됐다.
이후 카카오뱅크는 "카카오뱅크의 금융시스템은 문제가 없으며, 안심하고 믿고 이용해도 된다"며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카카오뱅크 주가는 지난해 10월 28일 역대 최저가인 1만5천800원까지 급락한 바 있다.
더욱이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카카오뱅크의 신사업에 진출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올해 들어 카카오뱅크는 낮은 대출금리를 무기로 주택담보대출을 늘리면서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한편, 인도네시아와 태국 등 해외 진출 소식을 내놓으며 새 먹거리 발굴에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대주주 리스크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르면 카카오 계열의 금융회사가 신사업을 추지하기에는 힘들어질 것이라는 금융권의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편 카카오뱅크는 이 같은 주가 급락에 대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곧 3분기 실적 발표가 예정되어 있는 만큼, 배당확대 등 주가 부양책을 통해 곤두박질한 주가 회복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뱅크는 오는 8일 기업설명회(IR)을 통해 올해 3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할 계획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가는 일제히 카카오 주가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며 "계열사인 카카오뱅크 역시 당분간 주가 하락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청년일보=이나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