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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규제 또는 기여...'양날의 칼' 된 배타적사용권

 

【 청년일보 】 최근 손해보험 업계 내 불필요한 일로 볼썽사나운(?)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업계 1위사인 삼성화재와 3위사인 DB손해보험이 운전자보험의 ‘배타적사용권’ 침해 여부를 놓고 첨예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서다.

 

운전자보험은 쉽게 말해 자동차 사고 시 사고를 낸 운전자에 대해 자동차보험이 담보할 수 있는 보장의 한계와 틈새를 커버해 주기 위해 개발된 상품이다. 주로 보험사들은 중과실 사고에 대한 벌금, 변호사 선임비용 등 법적 처벌에 대한 위험들을 집중 보장하도록 개발한다.

 

그러나 운전자보험은 그 상품 취지 자체에 모순을 담고 있어 그 동안 많은 논란과 논쟁의 빌미를 남겨왔다. 다시 말해 손보업계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높아지면 운전자들의 운행습관 및 준법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교통사고 예방 캠페인과 아울러 교통법규 위반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달라고 요구해왔다.

 

그런데 그 이면에는 자가당착의 모순이 숨겨져 있다. 대표적인 예가 운전자보험을 두고 마케팅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운전자보험은 교통법규 위반에 대한 법적 처벌 리스크를 대부분 보장해준다는 점에서 손보업계의 주장은 매번 이율배반적이란 지적을 받아온다.

 

이 처럼 태생 자체에 모순을 안고 있는 운전자보험이 지난 3월 스쿨존(어린이 보호구역)내 사고 시 운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일명 '민식이 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손보업계 내 또 다른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손보업계는 지난 3월 민식이 법이 본격 시행되면 사고를 낸 운전자에 대한 처벌이 강화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운전자보험의 필요성을 어필, 치열한 마케팅 경쟁을 벌였다.

 

특히 DB손해보험은 발빠르게 대응하면서 운전자보험에 신규 특별약관인 '교통사고처리지원금(중대법규위반, 6주미만)'을 신설해 접목했다. 또한 판매독점권을 확보하기 위해 손해보험협회 신상품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에 배타적사용권을 신청했다.

 

이에 심의위는 3개월짜리 배타적사용권을 승인했다. 문제는 삼성화재가 최근 운전자보험 약관을 변경하면서 DB손해보험의 배타적사용권을 침해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이 특약은 운전자가 중대법규를 위반해 교통사고로 타인에게 상해(6주 미만 진단)를 입힌 경우 해당 피해자에게 지급한 형사합의금을 가입금액 한도(최대 300만원)로 실손 보상한다는게 핵심이다. 이는 기존 특약은 6주 이상 진단이 나와야 보장이 가능했다는 점에서 소비자의 보장범위를 확대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는 평가다.

 

그런데 삼성화재가 이달 들어 2009년 10월 이후 가입한 보유 고객들을 상대로 '스쿨존 내 6주 미만 사고'에 한해 별도의 보험료 추가 없이 기존 교통사고처리지원금 특약으로 최대 500만원까지 보상할 수 있도록 약관을 변경하면서 DB손보의 반발을 사고 있다.

 

삼성화재측은 민식이 법 도입에 스쿨존 사고의 처벌 기준이 강화되면서 기존 고객 보호 차원에서 보완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화재의 이 같은 해명에도 DB손보 측은 수용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게다가 삼성화재의 '꼼수'의 불과한 것으로, 배타적사용권을 취득한 효과를 무력화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에 DB손보는 손해보험협회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삼성화재 역시 과거 교통사고처리특례법개정에 따른 고객의 보장 공백 우려시 보험료 변경 없이 담보를 변경했었다는 점을 내세우며 맞대응 하고 있다.

 

즉 지난 2009년 12월 ‘10대 중과실’이 ‘11대 중과실’로 확대되고, 2017년 2월 또 다시 ‘11대 중과실’이 ‘12대 중과실’로 확대될 때 모두 약관변경을 통해 기존 가입자들의 보장범위가 확대됐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사안 역시 별반차이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예상치 못한 갈등과 논란이 불거지면서 손보업계 내에서는 배타적사용권을 부여한 심의위의 판단이 다소 미숙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배타적사용권의 취지에 벗어나고, 과거 유사 사례의 여부 등을 세심하게 확인하지 못한 탓에 지금과 같은 갈등과 분쟁을 야기했다는 지적이다.

 

즉 민식이 법 시행에 따른 운전자들의 불안과 부담이 커진 만큼 해당 특약을 활성화했어야 하나, 특정 회사에 배타적사용권을 부여함으로써 독점권을 부여 한 점은 되레 규제를 하게 된 셈이란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민식이 법 시행으로 운전자들의 심리적 부담이 커진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부담을 덜어주는 게 보험의 취지 아니냐"면서 "담보 확대를 활성화해도 부족할 판에 특정 보험사에 배타적사용권을 부여한 것은 특정회사에 실적이 몰릴 수 있을 뿐더러 시장 자체로만 보면 되레 규제를 해버린 꼴"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보험료 인상 없이 위험 담보를 확대해 줄 수 있음에도 특정 회사에 3개월간의 판매독점권을 부여한 점은 보험의 특성인 '공익성'을 감안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심의위는 일반손해보험·자동차보험·장기손해보험 등 종목별로 3개의 위원회가 있으며, 각 위원회마다 협회 상품 업무를 담당하는 임원을 포함해 총 7명의 보험업계 전문가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면서 심의위에 대한 전문성 등 다소 실망감을 감출수 없는게 사실이다. 배타적사용권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태를 사전 인지 못했다는 점에서 과연 많은 경험과 지식을 보유한 전문가라 확신할 수 있는지도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업계 및 산업 발전에 한축을 담당해야 할 심의위가 되레 회원사간 분쟁을 야기한 셈이니, 일말의 책임이 없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손보업계 한 관계자는 “이 사태는 손보협회 신상품심의위원회가 논란의 여지가 있는 특약에 대해 깊은 고민 없이 배타적사용권을 부여한 것과 무관치 않다”라며 “독립적인 기구인 신상품심의위원회가 보다 책임감을 갖고 철저히 심사에 임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청년일보=정재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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