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신화준 기자 】 일제 침탈의 아픔을 간직한 서울 남산의 조선신궁터 부근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고통과 투쟁, 용기를 기리는 기림비 동상이 세워진다.
서울시와 서울시 교육청, 정의기억연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자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오후 3시 기림비 제막식을 갖고 시민에게 첫 공개한다고 12일 밝혔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은 고(故) 김학순 할머니(1924~1997)가 처음 피해 사실을 증언한 날(1991년8월14일)을 기려 국가기념일로 공식 지정됐다. 올해는 두 번째 맞는 공식 기념일이다.
해당 기림비 동상은 지난 2017년 미국 대도시 최초로 위안부 기림비가 세워지며 전 세계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알린 샌프란시스코의 교민들이 자발적으로 뜻을 모아 제작해 서울시에 기증한 것이어서 의미를 더한다.
샌프란시스코 기림비 건립에 큰 역할을 한 미국 캘리포니아의 비영리 단체인 '김진덕‧정경식 재단'이 시에 기증을 제안해 서울시의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추진됐다.
이후 교민들의 자발적 모금으로 작년부터 올해 6월까지 샌프란시스코 현지에서 기림비 동상 제작이 이뤄졌고, 지난 7월 부산항을 거쳐 서울로 왔다. 제작부터 선적까지 일체의 비용은 김진덕‧정경식 재단이 부담했다.
김진덕‧정경식 재단은 2012년 10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설립된 비영리 단체로 위안부정의연대(CWJC)와 함께 샌프란시스코 기림비를 설립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현재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기록물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촉구 청원운동을 하고 있으며 독도 캠페인, 독도문제에 대해 백악관 청원서명운동 등을 전개한 바 있다.
작가 역시 샌프란시스코에 설치된 기림비 동상을 만든 작가와 동일하다. 미국의 조각가 스티븐 와이트(Steven Whyte)의 작품이다.
두 기림비는 국적과 세대를 넘어선 '참여와 소통', '과거와 현재의 연대'를 형상화했다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서울 기림비는 세 명의 소녀상 옆 한 켠을 비워 누구나 이들과 손을 맞잡아 채움으로써 완성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샌프란시스코 기림비는 160cm 크기의 세 명의 소녀들이 손을 맞잡고 위축되지 않은 모습으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고, 이 모습을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바라보는 모습을 하고 있다.
제막식에는 박원순 시장과 이용수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 동상을 기증한 김진덕‧정경식재단의 김한일 대표‧김순란 이사장, 마이크 혼다(Mike Honda) 전 미 연방 하원의원, 미 인권단체 ‘위안부정의연대(CWJC)’ 릴리안 싱(Lillian Sing), 줄리탕(Julie Tang) 공동의장,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신원철 서울시의회 의장, 서해성 총감독과 함께 기림비 유치를 처음 기획한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손자 이종걸 국회의원 등 1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서울시와 ‘정의기억연대’는 제막식과 함께 남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 동상의 정식이름을 선정하기 위한 시민공모를 시작한다.
오는 16일부터 11월 30일까지 정의기억연대 누리집(http://www.womenandwar.net)에서 응모 신청서를 내려받아 전자우편(war_women@naver.com)으로 신청하면 된다.
공식 이름을 새긴 동판 현판식은 12월 중에 현장에 설치된다.
김한일 김진덕‧정경식재단 대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고통과 투쟁, 용기를 기억하며 평화와 정의를 기원하는 서울 기림비는 샌프란시스코 기림비와 함께 인신매매와 성폭력 근절을 일깨우는 상징물로, 후세대들의 인권의식을 향상시키고 역사의 교훈을 되새기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원순 시장은 "샌프란시스코와 서울 남산의 기림비 연결고리를 통해 식민지배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는 것은 물론, 제국주의로 고통받는 세계 시민들의 연대의 장이라는 의미를 살리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오는 13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서울시청 본관 대회의실에서 한‧미‧일 3개국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이는 '2019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