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2025년 부동산 시장이 자산 규모에 따라 투 트랙(Two-Track)으로 재편됐다.
고금리 기조가 완화됐음에도 아파트 진입 장벽을 넘지 못한 2030세대는 토큰증권(STO) 기반의 조각투자로 몰리는 반면, 고액 자산가들은 브랜드와 서비스를 결합한 하이엔드 부동산으로 자산을 이동시키고 있다.
20일 핀테크 및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혁신금융서비스(규제 샌드박스)’ 지정 확대와 함께 토큰증권(STO)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2대 국회 들어 자본시장법 개정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제도권 안착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에 선 반영된 덕분이다.
특히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특례를 받은 조각투자 플랫폼들이 증권사 계좌와 연동된 안정적인 거래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2030세대의 실질적인 투자 유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실제로 토큰증권의 조각투자 플랫폼 ‘소유’는 지난해 성수 코오롱타워(9호) 공모를 성공적으로 마친 데 이어, 올해 4월 공개한 대전 하나 스타트업 파크(11호)까지 잇따라 완판시키며 시장의 수요를 입증했다.
특히 성수동 사례의 경우 2030세대 투자자 비중이 70%에 육박해, 젊은 층이 선호하는 핫플레이스 건물의 지분 소유 욕구가 실제 투자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들은 최소 5천원 단위로 건물 지분을 매입해 매월 임대 배당금을 받고, 추후 건물 매각 시 시세 차익을 누린다.
과거 수십억 원의 자산가만 접근 가능했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디지털 증권 기술과 결합해 소액 투자처로 변모한 것이다.
한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젊은 층은 부동산을 영구 소유의 대상이 아닌, 트레이딩이 가능한 유동성 자산으로 인식한다”며 “성수동이나 한남동 같은 핫플레이스 건물의 건물주라는 심리적 만족감과 연 4~5%대의 배당 수익률이 맞물려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고액 자산가들의 시장은 철저히 ‘브랜디드(Branded)’ 전략으로 차별화되고 있다.
단순한 고급 마감재 사용을 넘어, 세계적인 건축가와의 협업을 통한 예술적 설계나 5성급 호텔 수준의 컨시어지 서비스를 결합한 상품으로 차별성을 높인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과 용산구 일대의 하이엔드 주거 시장이 대표적이다.
2025년 공시가격 1위를 기록한 ‘에테르노 청담’과 ‘워너 청담’에 이어, 광진구의 ‘포제스 한강’과 용산의 ‘더 파크사이드 서울’ 등은 3.3㎡당 1억 원을 훌쩍 넘는 초고가 분양가에도 불구하고 자산가들의 매수세가 이어지며 하이엔드 불패 신화를 공고히 했다.
특히 대형 건설사의 브랜드 파워는 더욱 공고해졌다.
2025년 10월 기준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 평판 1, 2위를 나란히 차지한 현대건설의 ‘디에이치(THE H)’와 롯데건설의 ‘르엘(LE-EL)’은 일반 아파트 대비 압도적인 프리미엄을 형성하며 '하이엔드'의 상징으로 자리잡기도 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디에이치는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주요 랜드마크 입지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브랜드인 만큼, 희소성과 자산 가치 보존 측면에서 고객들의 신뢰가 매우 두텁다”며 “앞으로도 단순한 고급화를 넘어 예술작품과 같은 외관 디자인과 프라이빗 컨시어지 서비스를 결합해, 완벽한 주거 경험을 제공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에는 주거뿐만 아니라 오피스 시장에서도 브랜디드화가 진행 중이다.
프라임 오피스 브랜드 ‘스파크플러스’나 ‘패스트파이브’가 입점한 빌딩은 공실 리스크가 낮아 법인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높다.
이는 브랜드가 제공하는 컨시어지 서비스와 철저한 보안, 입주사 간의 네트워킹 기회가 자산 가치로 환산된다는 평가다.
부동산업 관계자는 “2025년 시장은 애매한 중저가 부동산이 소외받는 초양극화 단계에 진입했다”며 “자산가들은 희소성 있는 브랜디드 부동산을 ‘트로피 에셋(상징적 자산)’으로 여기고 있으며, 건설사들 또한 이러한 수요에 맞춰 멤버십 전용 라운지나 발렛 서비스 등을 필수로 적용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결국 부동산 투자는 앱으로 접속해 커피 값으로 투자하는 '대중적' 시장과, 폐쇄적인 멤버십과 브랜드 가치를 향유하는 '하이엔드' 시장으로 명확히 양분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단순한 유행을 넘어, 인구 구조 변화와 자산 양극화에 따른 구조적 현상으로 굳어질 것이라 전망했다.
【 청년일보=김재두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