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강북권 지도를 바꿀 3대 철도부지 개발사업(서울역, 용산역, DMC역) 개발 사업의 진행 상황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DMC역세권이 민간 사업자 이탈로 표류하는 사이, 서울역과 용산역은 각각 '도심의 완성'과 '새로운 도시 창조'라는 차별화된 비전을 제시하며 물리적인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서울 도심 개발의 무게중심이 서울역에서 용산으로 이어지는 경부선 라인으로 좁혀졌다고 평가하며, 사업 주체인 민간 디벨로퍼의 역량이 시장의 판도를 가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 서울역 북부역세권: 단절된 도심의 '봉합'과 한화의 '역세권 그랜드 슬램'
3대 거점 중 가장 빠른 공정률을 보이는 서울역 북부역세권의 핵심은 '연결(Connectivity)'이다.
시공사인 한화 건설부문은 이곳을 단순한 복합단지가 아닌, 철로로 인해 끊어졌던 서울의 동·서(중림동-명동)와 남·북(용산-광화문)을 잇는 도심 완성 프로젝트로 정의했다.
기능적으로는 강북권 최초의 '국제 MICE 거점' 역할을 맡아, 2천명 이상 수용 가능한 대회의장과 전시장, 호텔 등을 통해 글로벌 기업의 수요를 흡수할 전망이다.
한화 건설부문 관계자는 "서울역 북부역세권 복합개발사업은 2024년 12월 착공에 들어간 이후 현재 약 11% 정도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라며 "그동안 공터였던 서울역 철도 유휴부지에 연면적 약 34만㎡, 지하 6층~최고 지상 39층 5개 동의 건물이 들어서며, 도심지역 내에 독보적 인프라를 갖춘 랜드마크가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특히 한화는 서울역뿐만 아니라 서울 동남권의 핵심인 '수서역 환승센터 복합개발' 사업권까지 따내며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26년 착공 예정인 수서역 개발은 신세계백화점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백화점 등 대형 유통 시설과 환승 체계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업계에서는 한화가 서울역(강북)·대전역(충청)·수서역(강남)과 잠실 MICE를 잇는 이른바 '역세권 개발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며, 주택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복합개발로 성공적으로 재편했다고 평가한다.
이는 수익성 악화로 사업권을 반납하는 타 경쟁사들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업계에서는 한화가 건설 부문의 시공 능력뿐만 아니라 호텔·리조트·유통 등 그룹 내 다양한 계열사의 운영 역량을 결합해 복합개발에 최적화된 구조를 갖춘 것이 공사를 중단 없이 이끄는 핵심 동력이라고 분석했다.
◆ 용산국제업무지구: 규제 푼 '수직 도시'...압도적 스케일의 실험
서울역이 도심의 빈틈을 메우는 사업이라면, 용산국제업무지구는 기존 도시공학을 뛰어넘는 새로운 생태계를 창조하는 사업이다.
코레일(지분 70%)과 SH공사(지분 30%)가 지난달 27일 '용산국제업무지구(용산서울코어)' 기공식을 열고 본격적인 도시공간 대개조에 착수하면서, 10년 넘게 멈춰있던 용산 시계도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번 사업은 서울역~용산역~한강변을 잇는 '입체복합수직도시'이자, 업무·주거·여가를 도보권 내에서 해결하는 '콤팩트시티(Compact City)' 구현이 목표다.
사업 방식은 공공(코레일·SH)이 2028년까지 도로·공원 등 부지 조성을 마치고, 2030년부터 기업과 주민 입주를 시작하는 단계적 개발이다.
토지 이용 계획은 주된 용도에 따라 국제업무, 업무복합, 업무지원 등 3개 존(Zone)으로 구분된다.
핵심인 '국제업무존(4개 획지)'은 용도지역을 제3종일반주거에서 중심상업지역으로 상향해 글로벌 헤드쿼터 유치를 위한 초고층 빌딩군이 들어선다.
이외에 '업무복합존'에는 오피스텔과 리테일이, '업무지원존'에는 주거·의료·교육 시설이 배치된다.
서울시는 인허가 기간을 타 사업 대비 약 20개월 단축하며 속도전을 펴고 있다.
전체 부지의 41.8%를 도로와 공원 등 기반시설로 확보했으며, 바람길과 일조 분석을 통해 한강변으로 열린 녹지 공간을 구축할 계획이다.
◆ DMC의 침묵, 심화되는 개발 격차
두 거점이 속도와 규모 경쟁을 벌이는 동안, 서북권의 앵커인 DMC역세권은 롯데쇼핑의 사업 철수(롯데DMC개발 청산)로 원점 회귀했다.
선행 사업인 DMC역 복합개발이 무산되면서 후속 단계인 수색역세권 통합 개발과 차량기지 이전 논의도 동력을 상실했다.
코레일 측은 새 민간사업자 유치를 위해 사업성을 개선할 방안 등을 검토해 2027년 이후에나 다시 민간사업자 공모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가 수서역 등 신규 사업장으로 공격적으로 확장하는 것과 달리, 롯데는 기존 사업장마저 정리하는 수순을 밟으면서 지역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역 북부가 2029년 완공되어 상권을 선점하고, 이어 용산이 2030년대 초반 완성된다면 서울 강북의 경제 축은 광화문에서 서울역, 용산으로 이어지는 경부선 라인에 집중될 것"이라며 "DMC 사업의 표류로 서북권과 도심권의 개발 격차는 당분간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 청년일보=김재두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