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흔히 4차 산업혁명의 미래를 그릴 때, 사람 한 명 없이 로봇 팔만 분주하게 움직이는 불 꺼진 공장을 상상하곤 한다. AI와 로봇이 제조 현장을 점령하면서, 일각에서는 생산관리자의 역할이 축소되거나 기계로 대체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스마트 팩토리의 역설'이다. 시스템이 스마트 해 질수록, 그 시스템을 운용하는 사람의 통찰력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 팩토리의 핵심은 데이터다. 설비마다 부착된 센서는 1초에도 수천 개의 데이터를 쏟아낸다. 하지만 데이터 그 자체는 숫자에 불과하다. 이 방대한 데이터의 홍수 속에서 유의미한 패턴을 읽어내고, 설비가 보내는 경고 신호가 단순 오류인지 혹은 심각한 수율 저하의 전조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몫이다.
AI는 수치가 떨어졌다고 알려줄 수 있지만, 왜 떨어졌는지, 그리고 지금 당장 라인을 멈춰야 할지 강행해야 할 지라는 전략적 의사결정까지 완벽히 대신하지는 못한다.
이 지점에서 미래의 생산관리자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다. 과거의 생산관리가 작업자의 근태를 관리하고 물량을 맞추는 감독관에 가까웠다면, DX 시대의 생산관리자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체 공정의 흐름을 조율하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되어야 한다.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한 다운타임을 최소화하고, 기계적인 알고리즘이 놓치는 현장의 미세한 변수들을 잡아내는 문제 해결 능력이 핵심 경쟁력이 된 것이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며 초격차를 유지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사례를 봐도 답은 명확하다. 그들이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해 팹을 자동화하면서도, 동시에 우수한 공정 엔지니어와 생산 관리 인재 영입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고 수준의 자동화 설비를 갖추는 것은 돈으로 가능하지만, 그 설비의 효율을 100%에서 120%로 끌어올려 경쟁사와의 격차를 만드는 것은 결국 그 설비를 운용하는 엔지니어와 관리자의 '집요한 분석력'이기 때문이다.
결국 스마트 팩토리의 완성은 기술의 도입이 아니라, 그 기술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는 사람에 의해 이루어진다. 기계가 정교해질수록 그 기계를 다루는 사람의 지성 또한 고도화되어야 한다는 것이 바로 스마트 팩토리의 역설이다. 이제는 단순한 관리자를 넘어, 데이터와 현장을 연결하는 디지털 코디네이터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도 수많은 공장은 24시간 돌아가고 있다. 그 안에서 기계음에 묻히지 않는 사람의 지혜가 빛을 발할 때, 진정한 의미의 제조 혁신은 완성될 것이다.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통찰력을 가진 생산관리자가 미래 제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 청년서포터즈 9기 정찬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