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올 상반기 주요 손해보험사(이하 손보사)의 당기순이익이 4조원을 넘어 5조원에 육박했다. 새 회계제도 IFRS17 하에서 계약서비스마진(CSM)을 늘리는데 유리한 장기 보장성 상품 확대 및 보험손익 개선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삼성화재·DB손보·메리츠화재·현대해상·KB손보 등 주요 5개 손보사의 당기순이익(별도 기준)은 4조8천211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9천540억원) 대비 22%(8천671억원) 증가했다.
이 중 특히 삼성화재와 DB손보, 메리츠화재는 약 1조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거뒀다.
삼성화재의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 늘어난 1조2천772억원, DB손보는 23% 늘어난 1조1천241억원, 메리츠화재는 22% 증가한 9천977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이처럼 손보사들의 실적이 뚜렷한 증가세를 보인 데는 장기보험 및 일반보험의 손익 개선이 영향을 줬다. 특히 지난해 도입된 새 회계제도 IFRS17 하에서 미래의 이익 지표를 뜻하는 CSM 확보에 유리한 장기 인보험 판매가 늘어난 점이 유의미하게 작용한 모습이다.
장기 인보험은 신체 및 상해, 질병 등의 위험을 보장하는 상품으로, 통상 보험기간이 3년 이상인 상품을 의미한다.
올 상반기 주요 5개 손보사의 장기 인보험 신계약 매출액은 3천5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 늘어났다.
보험사별 장기보험 손익을 보면 삼성화재는 지난해 상반기 8천590억원에서 올 상반기 9천48억원으로 5.3% 늘었다. 같은 기간 DB손보는 7천24억원에서 8천416억원으로 20%, 메리츠화재는 7천178억원에서 8천688억원으로 21%, 현대해상은 2천240억원에서 7천340억원으로 228%, KB손보는 4천702억원에서 6천200억원으로 32% 각각 증가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상반기 실적 개선은 신계약 CSM 확보에 유리한 상품을 중심으로 한 판매가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DB손보 관계자는 “올 상반기 운전자보험과 간편보험 등 보장성 신계약 성장이 전년 동기 대비 10.5% 늘어 CSM이 증가했다”며 “아울러 의료파업 등으로 장기 위험손해율이 개선됐으며 우량물건 중심의 언더라이팅(인수심사) 강화에 따라 일반보험 손해율도 지난해 상반기보다 6.5%p 개선됐다”고 말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호흡기 질환 관련 손해액 개선 및 일부 질병담보 청구 안정화 등으로 올 2분기 보험금 예실차 손익이 전년 동기 대비 1천370억원 늘었다”며 “고액사고 감소 영향 등으로 같은 기간 일반보험 손익도 168.5% 늘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손보사들이 역대 실적을 지속 갱신하는 가운데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실적 호조가 IFRS17을 활용한 ‘실적 부풀리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사들이 IFRS17 하에서 실적이 유리하게 나오도록 장기 인보험 등 특정 상품에만 집중하면서 인위적으로 실적 부양을 꾀했다는 것이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실적에 대한 평가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본다”면서 “보험사들은 새 회계제도를 준수하고 있을 뿐이다. 다만 CSM 등 지표 산정이 다소 모호하다고 지적받는 항목에 대한 개념은 좀 더 명확해질 필요가 있으며, 이에 대해 금융당국에서도 업계와 함께 고민을 이어가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8일 학계 및 유관기관, 연구기관, 보험회사, 보험협회 등이 참여한 ‘신뢰회복과 혁신을 위한 제2차 보험개혁회의’에서 “IFRS17 쟁점사항에 대해 연말 전에 개선방안을 도출,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 청년일보=신정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