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르노삼성자동차 노사 간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사측이 주간 1교대로 전환하고 남는 인력을 순환 휴업으로 돌리자 노조가 특정 조합원만 파업하는 ‘지명 파업’에 나섰기 때문다.
노사는 안그래도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이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측의 희망퇴직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교대 근무 전환을 놓고 대립이 더욱 심해지는 분위기다.
특히 노조가 본사인 르노그룹이 있는 프랑스로 원정 시위를 가겠다는 계획을 검토 중이어서 노사 갈등의 골은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지난 12일부터 확대 간부(대의원) 31명 전원이 8시간 지명 파업을 시작했고, 16일부터 부산시청 앞에서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고 18일 밝혔다.
노조는 “지난 9일부터 회사가 1교대 근무를 시행하고 정규직 272명 순환 휴업을 일방적으로 했다”며 “이에 맞서 대의원이 지명 파업을 하고 잔업·특근도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지명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은 없지만, 평화적인 교섭을 이어나가고자 하는 노조를 끝내 외면한다면 부분 파업과 전면 파업도 불사하고 르노그룹이 있는 프랑스 원정 시위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조 관계자는 "“해 초 희망퇴직으로 500여 명이 떠났지만, 회사는 근무 시간을 줄이고 강제 순환 휴업까지 하면서 위기감을 조성해 노조에 더 많은 양보와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차량 판매가 감소해 생산물량을 줄일 수밖에 없고 순환 휴직자에게는 통상임금 100%를 지급한다”며 “이는 판매 물량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생존 전략으로 불가피한 방안이고 노사 임단협은 잘 마무리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 4일부터 11일까지 4차례에 걸쳐 노사가 참여하는 고용안정위원회를 열었지만 1교대와 순환휴직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한편 르노삼성차는 지난해 11년만에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경영난이 심화하자 지난달까지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서바이벌 플랜’을 가동 중이다. 2012년 8월 이후 8년여 만인 이번 희망퇴직에는 4000여명의 직원 중 약 500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닛산 로그 위탁 생산이 종료된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수출이 전년보다 70% 이상 줄면서 지속적인 일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작년 생산량은 전년 대비 30.5% 감소한 11만4630대로 17년만에 최소 생산량을 기록했다.
올해 예상 생산량도 당초 15만7000대보다 5만여대 가량 줄어든 10만대 정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청년일보=이승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