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올해로 서른넷, 청년 기본법에 근거하면 여전히 '청년'에 속한다. 그러면서 수식어처럼 뒤에 따라붙는 단어 하나가 있다. 바로 '청년위원'. 그렇다. 2019년부터 지금까지 서울청년네트워크 사회안전망 소속 청년위원이자 2020년부터 2022년까지는 제1기 광진구 청년정책네트워크 부위원장으로 활동했었다.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오늘날 이 시대를 살아가는 2030청년세대들의 세태와 어려움을. 여러 매체를 통해서 혹은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의 답답한 호소에 마음으로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이나 거기까지였다. 몸은 여전히 땅 위에 고정됐다. 조직에 속해있는 '안정감' 그리고 나와는 관계없는 '무관심'이라는 지독함 감기와도 같은 감정들이 공존하고 있어서였다.
그러나 몇 번의 퇴사를 통해 무언가 나의 삶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 청년으로서 평소 듣고 느낀 나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정책화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고민하던 차 내 눈에 들어온 '청년 참여기구'. 나의 참여 권리 활동은 여기서부터 태동됐다.
'은둔형 외톨이' 청년들의 복지 그물망을 구축하고자 뜻 맞는 다른 청년위원들과 치열하게 발로 뛰었다. 참여는 무엇이며 권리는 어떻게 보장하고 어젠다는 왜 설정하는지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하나씩 알아나갔다. 그 결과 대시민투표로(엠보팅) 우리의 정책이 선정되는 기쁨은 물론,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들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뿌듯함을 경험했다.
또 '가족 돌봄 청년' 당사자 및 가족의 목소리를 유관기관 관계자들에게 전하고 또 지속적으로 나눌 수 있는 지역포럼 개최와 사업의 홍보 강화를 목적으로 제안한 정책 또한 올해 서울시에서 최종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이러한 성취 경험을 토대로 이제는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눈길을 돌렸다. 30년 넘게 살면서 우리 지역구가 제대로 청년 복지를 실천하고 있는지, 또 피부로 체감한 문제점들은 무엇인지 거주 중인 또래 청년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렇게 나의 또 다른 도전인 자치구 청년위원 활동은 시작됐다. '1기'라 그런지 여러 기반과 조례, 세부 활동 등 새로이 정할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그럼에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혼자가 아닌 여럿이 힘을 모아 연대해 이루는 성과물, 그것이 청년 참여 권리의 첫 번째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루, 일주일, 한 달이 지나며 조금씩 적응되던 차 한 가지 장애물에 봉착한다. 분과별로 나눠 각자 고민하고 준비한 아이디어를 취합하고 정책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고충. 거기에는 서로의 의견과 욕구가 상이하면서도 '광진 청년의 더 나은 복지를 위해'라는 공통된 목적이 공존해서 나타난 상황이었다.
"청년들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당사자들이 함께 모여 숙의하고 직접 정책을 발굴, 모색하는 일련의 과정"
국무총리 청년정책 조정위원회에서 정의한 '청년 거버넌스'의 개념이다.
풀어서 말하면, 의제 발굴을 위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이에 대한 통합적 대안 실현을 위해 사회적 연대를 기반으로 논의, 결정하는 형태로 볼 수 있다. 여기서 주체는 우리 청년(주민)이며 연대에 속한 참여기구 및 소셜벤처, 민·관 혹은 다양한 직무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한다.
처음부터 다시 돌아갔다. 임원진은 물론, 매니저와 주무관, 구 내 유관기관들까지 온앤오프 형태로 소통하며 느리지만 하나씩 의견을 매듭지어갔다. 갈등은 존재했으나 결국 조율했고 성공적으로 2022년 광진구 청년 정책을 서울시와 청년청에 전달할 수 있었다.
청년의 참여와 권리 보장, 지름길은 절대 없었음을 시정숙의형과 자치구형 청년 참여기구 활동 통해 다시금 깨달았다. 위원들마다 각자의 강점과 역할이 있었으며 이를 적절하게 배치해 우리가 추구하는 목적 및 방향에 맞게 같이 만들어가는 것, 그게 내가 받은 수혜이자 변화된 삶이다.
어려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처음 경험하는 사람보다 한두 번 경험해 본 사람이 더 신중하고 소극적으로 나서는 곳이 청년정책 현장인듯 싶다. 이미 제안한 정책이 수용되지 못하거나 제안되지도 못한 경험을 맛보았기에 혹은 같이 준비하고 제안함이 아닌, 누구는 하고 누구는 하지 않는 분위기 등으로 이미 위축이 돼버린 것이다.
그럼에도 끝까지 포기 않고 제안하는 청년위원들도 분명 존재했다. 이내 자신의 뜻과 생각을 관철해 지역사회에 자신의 정책이 실현되는 과정을 두 눈으로 보고는 아이처럼 좋아하는 모습을 난 지금도 기억한다.
감히 권하고 싶다.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닌,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도전해 보라고. 당신의 목소리가, 그 목소리가 담긴 정책이 또 다른 누군가에는 단비처럼 느껴질 것이며 미래의 세대들에게는 소중한 자산으로 기록될 것임이 분명하니까.
글 / 팀스토리액팅 조형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