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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통기획 183곳, 모아타운 111곳···'거대한 공사판' 된 서울시

여의도 7배 면적이 '재개발 후보지'···무차별 지정에 서울시 전역 '몸살'
'패스트트랙' 신통기획vs'소규모 정비' 모아타운, 제도적 차이와 현주소
모아타운은 투기판 변질···3평 도로에 400명 몰리는 '지분 쪼개기' 기승
공사비 폭등에 '반납' 사례···"숫자 채우기식 속도전 멈추고 내실 다져야"

 

【 청년일보 】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 직후부터 추진해 온 '스피드 주택 공급' 정책으로 서울 전역이 '거대한 공사현장'으로 변했다.

 

낙후된 도심을 정비해 주택난을 해결하겠다는 목표 아래 300여 곳이 넘는 사업장이 지정되었으나, 단기간 내 급격한 양적 팽창에 따른 부작용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투기 세력 유입과 공사비 급등, 주민 갈등 등의 문제가 불거지며 사업 지연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17일 서울시 정비사업 정보몽땅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내에서 추진 중인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대상지는 총 183곳(약 14.9k㎡), '모아타운' 대상지는 111곳(약 6.6k㎡)으로 집계됐다.

 

두 사업의 면적을 합산하면 여의도 면적(2.9k㎡)의 7배가 넘는 규모다.

 

서울시는 인허가 절차 단축 등 '속도전'을 강조하고 있으나,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낮은 진입 장벽을 악용한 기획부동산의 투기 행위가 포착되는가 하면, 사업성 악화로 인해 주민들이 스스로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도 나왔다.

 

 

◆ '패스트트랙' 신통기획 vs '소규모 정비' 모아타운...이원화된 공급 전략

 

서울시의 정비사업은 대상지의 규모와 노후도, 기반 시설 여건에 따라 '신통기획'과 '모아타운'이라는 두 가지 트랙으로 운영된다.

 

두 제도 모두 복잡한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해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하지만, 적용 대상과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신통기획은 재개발·재건축이 가능한 노후 주거지나 대단지 아파트를 대상으로 한다.

 

서울시가 정비계획 수립 단계부터 참여해 공공성과 사업성의 균형을 맞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통상 5년 이상 소요되던 구역 지정 기간을 2년 내외로 단축하는 '패스트트랙' 제도를 적용한다. 현재 압구정, 여의도, 목동 등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이 방식을 통해 사업을 추진 중이다.

 

반면, 모아타운은 신축과 구축이 혼재돼 있어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10만㎡ 이내의 노후 저층 주거지를 대상으로 한다.

 

개별 필지를 블록 단위(가로주택정비 등)로 모아 개발하는 '모아주택'을 하나로 묶어 대단지 아파트처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이다.

 

층수 완화와 용도지역 상향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지하 주차장이나 도서관 등 기반 시설을 확충해 저층 주거지의 환경을 개선하는 모델이다.

 

 

◆ "3평 도로에 소유자 449명"...모아타운, 기획부동산 투기 표적

 

모아타운의 경우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을 적용받아 주민 동의율 30%만 충족하면 대상지 신청이 가능하다.

 

상대적으로 낮은 진입 장벽은 사업 활성화라는 긍정적 측면도 있으나, 투기 세력의 무분별한 유입을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특히 기획부동산이 개발 예정지의 건축물이 없는 도로(사도)나 자투리땅을 매입해 다수에게 지분을 쪼개 파는 이른바 '지분 쪼개기' 수법이 성행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강남구 역삼동의 한 모아타운 추진 지역에서는 3평 남짓한 사도 필지 하나에 449명이 지분을 공유하는 비정상적인 소유 구조가 적발됐다.

 

서대문구 옥천동에서도 550평 규모의 도로 소유자가 130명에 달했으며, 기획부동산은 이를 매입가 대비 4배 높은 가격에 매각해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랑구 면목동 등지에서도 공매로 낙찰받은 도로를 단기간 내 수십 명에게 분할 매각하는 사례가 확인됐다.

 

이러한 지분 쪼개기는 향후 조합 설립 시 동의율 확보를 어렵게 하고, 원주민들의 분담금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 11일 중랑·강남·마포구 내 모아타운 대상지의 도로 또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며 규제 강화에 나섰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미 투기 세력이 차익을 실현하고 빠져나간 이후라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 공사비 급등에 사업 포기도...10·15영향으로 신통기획 이탈 현상

 

비교적 사업 규모가 큰 신통기획 역시 공사비 상승이라는 난관에 봉착했다.

 

3.3㎡당 공사비가 1천만원을 상회하면서 조합원들의 분담금 부담이 커졌고, 이는 사업 추진 동력 상실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10월 강북구 수유동과 서대문구 남가좌동이 주민 반대로 후보지에서 해제된 데 이어, 올해 3월에는 강동구 고덕동 142번지 일대마저 신통기획 추진을 포기했다.

 

역세권이라는 뛰어난 입지에도 불구하고, 상가 소유주들의 반대 동의율이 25%를 넘기면서 구청이 후보지 추천을 철회했다.

 

서초구 반포1동 등 강남권 알짜 부지에서도 '공공 젠트리피케이션'을 우려하는 원주민들의 반발로 사업이 멈춰 서는 등 이탈 조짐이 보이고, 주요 재건축 단지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지난 11월 서울시 정비사업 통합심의를 통과하며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으나, 시장 분위기는 위축된 상태다.

 

여의도 시범아파트 인근 상가에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는 A 대표는 "통합심의 통과라는 큰 호재가 있었지만, 10.15 대책 발표 이후에는 지금까지 시범에서는 3건정도 거래 된 걸로 안다"라며 "매물이 있기는 한데 갭투자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대출 규제까지 더해지니 현금 부자가 아니면 진입 자체가 막힌 셈"이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 전문가 "양적 확대보다 질적 관리로 전환해야"

 

도시정비업계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단순한 대상지 확대보다는 사업장의 옥석을 가리고 갈등을 관리하는 내실 다지기에 주력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서울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정비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실제 착공 및 입주로 이어지는 비율은 높지 않다"라며 "투기 부작용을 차단할 정교한 시스템을 마련하고, 사업성이 부족하거나 주민 갈등이 심화된 곳에 대해서는 출구전략을 지원하는 등 질적 관리로 정책 기조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와 지자체가 이제 '심판'이 아니라 '플레이어'로 뛰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 대형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 입장에서 냉정하게 보면 사업성이 괜찮은 곳은 10%도 안 된다"라며 "실현 불가능한 현장들을 '공급 물량'으로 포장해 시장에 희망고문만 할 게 아니라, 필요하다면 공공이 적극적으로 공사비 검증에 개입하고, 막힌 PF 자금줄을 터주는 핀셋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정비업계 관계자는 "'인허가 단축'이라는 행정 편의주의적 지원을 넘어, 실제 현장이 돌아가게 하는 것이 지금 지자체나 정부가 해야 할 진짜 공급 대책"이라고 꼬집었다.

 


【 청년일보=김재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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