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한국은행이 경기 방어 차원에서 돈을 풀며 1년 8개월 동안 주도한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렸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0%대까지 떨어진 기준금리가 20개월 만에 다시 1%대로 복귀하면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25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연 0.75%인 기준금리를 1.00%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지난해 3월 16일 금통위는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낮추는 이른바 '빅컷'(1.25%→0.75%)을 단행했고, 5월 28일 추가 인하(0.75%→0.5%)를 통해 2개월 만에 0.75%포인트나 금리를 빠르게 내렸다.
이후 기준금리는 작년 7, 8, 10, 11월과 올해 1, 2, 4, 5, 7월 무려 아홉 번의 동결을 거쳐 지난 8월 마침내 15개월 만에 0.25%p 인상됐고, 이날 0.25%p가 더해졌다.
금통위가 이처럼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나 올린 것은 그동안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린 부작용으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가 커지는 데다 가계대출 증가, 자산 가격 상승 등 '금융 불균형' 현상이 여전한 까닭이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4월 2.3%, 5월 2.6%, 6월 2.4%, 7월 2.6%, 8월 2.6%, 9월 2.5%로 6개월 연속 2%를 웃돌다가 마침내 10월(3.2%) 3%를 넘어섰다. 이는 2012년 1월(3.3%)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우리나라 가계 신용(빚) 잔액(1천844조9천억원) 역시 9월 말 기준 역대 최대 규모로 커졌다. 금융감독 당국과 금융기관의 다양한 가계대출 억제 대책에도 불구, 3분기에만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36조7천억원이나 더 불었다.
이에 따라 이날 금통위 회의에 앞서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와 시장도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무게를 뒀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를 넘어선데다 앞으로 소비까지 살아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한은으로서는 지금 물가를 고려해 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은 관리 목표인 2%를 웃돌고 주택시장과 가계부채도 여전히 불안해 금통위원 중 1명 정도를 빼고는 인상 의견이 다수일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기준금리 인상에는 '이제 시중 돈을 조금씩 거둬들여도 좋을 만큼 경기 회복세가 탄탄하다'는 한은의 인식과 전망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이 이날 한은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0%에서 낮추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7월 초 이후 5개월 가까이 코로나19 4차 유행이 이어지고 있지만, 수출 호조와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전환에 따른 소비 회복, 지원금 등 정부의 재정 지출 효과가 경기를 떠받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3분기 성장률(직전분기대비)이 0.3%로 예상보다 낮았지만, 위드 코로나 정책의 경기 플러스(+) 효과 등이 있기 때문에 성장률 전망(4.0%)은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준금리가 너무 빠르게 오르면 경기 위축, 가계 이자 부담 급증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이날 기준금리 인상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기준금리(0.00∼0.25%)와 격차는 0.75∼1.00%p로 커졌다.
【 청년일보=이나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