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금융당국과 은행들의 고강도 '가계대출 조이기'에도 불구하고 주택 매매·전세 관련 자금 수요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천52조7천억원으로 8월말 대비 6조5천억원 증가했다.
증가 폭은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가계대출 관리에도 불구하고 앞선 4월(16조2천억원)이나 7월(9조7천억원)보다는 작지만, 직전 8월(6조1천억원)과 비교하면 오히려 커졌다.
가계대출 증감을 종류별로 보면,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잔액 769조8천억원)이 한 달 사이 5조7천억원 불었다. 증가 규모가 8월(5조8천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늘어난 주택담보대출 5조7천억원 가운데 전세자금 대출은 2조5천억원을 차지했다. 전세자금 대출 증가액은 7월(2조8천억원), 8월(2조8천억원)보다 소폭 줄었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의 경우 한 달 새 8천억원 늘었다. 일시적 감소 요인(HK이노엔 공모 청약 증거금 반환)의 영향을 받은 8월(3천억원)과 비교하면 증가 폭이 커졌지만, 7월(3조6천억원)보다는 크게 줄었다.
박성진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주택매매, 전세관련 거래 관련 자금 수요가 이어지면서 8월 수준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향후 가계대출 추이와 관련해서는 "이달 가계부채 보완 대책이 발표될 예정인데, 정부와 은행의 가계대출 관리 조치의 강도 등에 따라 (대출 추이가) 달라질 것"이라며 "하지만 가계대출 수요가 여전히 높은 수준인 만큼 (증가세가 진정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의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은행과 제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도 지난달 7조8천억원 늘었다. 증가폭이 8월(8조6천억원)보다 8천억원 줄었지만, 당국의 가계대출에 대한 규제에 비해 효과는 미미했다.
대출 종류별로는 전세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이 6조7천억원,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1조1천억원 각각 증가했다. 전세대출은 9월에도 2조5천억원이나 불었다.
기업의 9월 말 기준 은행 원화대출 잔액은 1천49조원으로 8월보다 7조7천억원 늘었다. 월 증가액이 8월(7조9천억원)보다 줄었지만, 9월 기준으로는 2009년 6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 증가 기록이다.
중소기업 대출이 개인사업자 대출(3조5천억원)을 포함해 한 달 새 7조4천억원 불었다. 은행과 정책금융기관의 금융지원이 이어지는 가운데 시설자금 중심으로 대출이 증가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중소기업,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액 모두 9월 기준으로는 역대 가장 많았다.
대기업의 은행 대출은 한 달 새 3천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여신(대출)이 아닌 은행의 수신 잔액은 9월 말 현재 2천75조6천억원으로 8월 말보다 18조2천억원 늘었다.
수신 종류별로는 수시입출식예금이 분기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한 기업자금과 추석 상여금 등 가계자금 유입으로 15조7천억원 증가했다. 지방자치단체의 여유자금이 들어와 정기예금도 4조원 불었다.
하지만 자산운용사의 수신은 9월 한 달간 2조5천억원 감소했다. 특히 분기말 은행들이 자기자본비율 관리를 위해 환매에 나서면서 머니마켓펀드(MMF)가 9조원 급감했다.
【 청년일보=이나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