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금융감독원이 최근 논란이 커진 은행의 역대급 실적에 따른 '성과급 잔치'와 관련해 5대 시중은행의 과점체제를 깨고 완전경쟁을 유도하는 방안 마련에 나섰다.
15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이복현 금감원장은 우리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고액 성과급 논란 등과 관련해 5대 은행 중심의 과점체제를 완전경쟁체제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금감원 임원들에게 지시했다.
2019년 제1금융권인 전체 18개 은행의 원화 예수금 현황을 보면 우리은행 등 5대 은행의 점유율이 77%에 달했다. 이들 은행은 예금 시장에서 각각 15~16%대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은행의 원화대출금 또한 5대 은행의 점유율이 67%로 사실상 5대 은행이 예금과 대출시장에서 과점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이복현 원장은 지난 14일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여·수신 등 은행업무의 시장경쟁을 촉진해 은행서비스가 효율적인 시장가격으로 금융소비자에게 제공될 수 있는 다양한 제도와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국내 여·수신 시장에서 5대 시중은행의 점유율이 워낙 높다 보니 가격책정 시 과점적인 게임을 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5대 시중은행 뿐만 아니라 다른 참여자들도 들어와 경쟁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예대금리차 이슈 등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완전경쟁을 해야 효율적인 가격 설정이 가능하며 예금과 대출 또한 완전경쟁이 되면 마진이 줄게 된다"면서 "이런 측면에서 여러 가지 다양한 제도나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의 돈 잔치'로 인해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보인다.
지난해 5대 시중은행 임직원에 지급된 성과급이 모두 1조3천억원을 넘어서면서 '이자 장사', '돈 잔치' 비난이 커지는 것은 결국 은행의 과점체제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완전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대형 은행 중심의 과점 체제를 깨려 했던 영국 사례를 눈여겨보고 있다. 영국의 경우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등으로 산업간 경쟁촉진이 필요해지면서 은행 신설을 유도했는데 인터넷 전문은행이나 핀테크와 접목한 형태의 은행 등 일명 '챌린저 은행'이 확대됐다.
금융당국은 영국과 같이 경쟁이 촉진되면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보다 낮은 가격으로 은행을 이용할 수 있게 되는 등 경제적 편익이 개선될 수 있을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청년일보=김두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