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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발언대] 우리 손으로 만드는 건강한 학교 성교육

 

【 청년일보 】 올해까지 모든 학년에 적용되던 2015년 개정 교육과정은 내년부터 점진적으로 교체돼 학교 현장에서 만나볼 수 없게 된다.

 

지난해 12월 교육부는 확정된 '2022 개정 교육과정'을 발표했는데, 이번 교육과정은 2024년 초등 1·2학년부터 적용되며 2025년 초등 3·4학년, 중1, 고1, 2026년 초등 5·6학년과 중2, 고2를 거쳐 2027년 전 학년에 적용된다.


교육과정을 연구·개발하며 지난해 9월부터 10월까지 교육부는 현장교원, 학계, 학부모 등이 참여하는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 공청회를 개최하고 대국민 의견을 수렴했다. 특히 사전에 접수된 7천860건의 국민 의견 중 도덕, 보건, 사회 등 여러 교과에서 '성(性)'과 관련된 내용의 수정·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도덕과 1천건 이상, 보건과 600건 이상으로 다수를 차지했다.


해당 주제와 관련해서는 교과 공청회뿐만 아니라 2차 '국민참여소통채널' 의견수렴이 이후 5일간 추가로 진행됐고, 개정 협의체를 통해 쟁점 사항을 조절하는 별도의 절차가 있었다.


구체적인 변화를 살펴보면 기존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성 건강'이 '생활 속의 건강한 선택' 단원의 하위영역에서 약물·담배·술 및 건강 생활 기술 등과 함께 하나의 소주제로 편성됐다면 '2022 개정 교육과정' 보건 교과에서 '성과 건강'은 5개의 대단원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디지털 성범죄의 양상과 피해사례가 더 복잡해지고 데이트 폭력과 성별 갈등 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올바른 성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됐고 이를 반영해 대단원 구성에 변화가 있었다.


국가교육과정 정보센터에 공시된 '성과 건강' 영역의 핵심은 성 건강이 개인과 가족의 행복, 국가 발전의 기본임을 인식하고 사회적 맥락을 고려한 균형 있는 시각으로 성을 이해하며 성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능력을 함양하는 것이다.


교육과정 공청회 이전에 공개된 교육과정 시안에서 고등 보건 교과는 다양한 성의 개념과 섹슈얼리티 담론을 다루었으며 '성과 재생산 건강권(right to sexual and reproductive health)'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이용해 성과 재생산과 관련된 건강 및 권리에 대한 지식과 이해를 추구했다.


중학교 도덕 교과와 보건 교과 역시 성 평등을 실행할 방안을 고민하고 성 역할과 고정관념, 이를 견고하게 하는 제도를 극복하는 방안 등을 고민하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확정 교육과정에서는 '성소수자', '재생산권', '섹슈얼리티' 등의 표현이 모두 삭제됐다.


지금의 교육과정은 유네스코, 유엔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 등에서 제기된 지속적으로 포괄적 성교육(Comprehensive sexual education)의 개념을 충분히 담아내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모든 개인과 가족의 형태를 인정하지 않을뿐더러 성 평등, 성별 정체성, 재생산 건강권, HIV·AIDS 등 성 건강 문화를 위한 적합한 교육을 배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제 엠네스티는 성적 권리와 재생산 권리 및 성 평등의 개념과 가치를 축소하는 개정교육과정 행정예고안에 우려를 표하며 다양성과 평등, 포용성의 가치를 담아내도록 하는 교육과정 개정을 촉구했다. 2019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역시 한국 정부에 '성적 지향 및 성 정체성을 적절히 포괄하는 성교육을 제공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교육부 역시 새 교육과정 행정예고안을 발표하며 "교육부 고시 내용에 동의하지 않거나 반대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지만 우리 사회의 모든 다양한 시각을 교과 교육과정에 담을 수는 없다"고 전했다.


이러한 논란 가운데서도 성교육은 평생의 기술로서 학교에서 계속돼야 하고 성교육을 시행하는 보건교사 등은 성교육 표준안과 개정 교육과정 및 교과서를 근거로 수업해야 보호받을 수 있다. 그렇기에 성교육의 범위와 성적 지향에 대한 해석은 가장 극렬한 논쟁을 일으키는 주제임이 틀림없지만, 그럼에도 성교육의 필요성에 공감을 바탕으로 성교육을 통해 어떤 인간을 길러내고자 하는지, 성교육이란 무엇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2015년에 교육부는 학교 성교육이 준수해야 할 성교육 표준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성차별적이고 성범죄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어주며 여성이나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부추긴다는 격렬한 비난을 받았다. 그 뒤로 성교육 표준안이 개정됐음에도 교육이 이루어지는 학교 현장에 적절하게 공개조차 되지 않는 실정이다. 어떤 성교육이 필요한지 적극적으로 논의하기보다 이를 통해 촉발된 갈등을 피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 이유다.


성을 다루는 비판적 사고와 강한 책임감, 존중, 인권 감수성과 평등의식의 신장을 추구하면서 평생 성(性)적인 존재로 살아갈 청소년이 살아가면서 아름답고 건강한 성을 누릴 수 있도록 어떤 교육이 필요한지 열린 논의가 필요한 시기다.


성 평등, 성 역할, 성적 지향, 성적 권리와 재생산권 등 성과 관련된 어떤 주제도 합의에 이르기 쉽지 않지만, 다른 견해를 무조건 배척하고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치부하며 숨기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행복한 성의 주체로 자라날 아동·청소년을 위해 사회 구성원으로서 적절한 성교육을 받을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사유하고 논의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
 


【 청년서포터즈 6기 박소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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