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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영의 '실버 산업' 현황과 전망] <129> "20년 뒤 요양보호사 100만명 부족"… 초고령사회, 돌봄 인력 대란 온다

 

【 청년일보 】 대한민국은 올해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65세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통계청은 2045년이면 노인 인구가 1천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본다. 그러나 이들을 돌볼 요양보호사 등 돌봄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고용정보원 분석에 따르면, 20년 뒤에는 요양보호사 인력이 약 100만명 부족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단순한 인력 격차를 넘어 복지 시스템의 붕괴를 예고하는 심각한 사회적 경고음이다.

 

노인복지는 제도와 시설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사람을 돌보는 것은 결국 사람의 손과 마음이다. 하지만 현장의 요양보호사들은 열악한 근무환경과 낮은 처우, 불안정한 고용에 시달리며 복지의 최전선에서 고단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복지의 뿌리를 지탱해야 할 이들의 삶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요양보호사 한 명이 하루에 돌봐야 하는 노인은 평균 10명을 넘는다. 돌봄의 질을 보장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다. 휴게시간은 형식에 그치고, 근골격계 질환과 정신적 소진은 일상이 되었다. 이직률은 30%를 넘으며, 신규 인력의 절반은 1년 안에 현장을 떠난다. 임금은 여전히 최저임금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국민은 돌봄 서비스를 복지로 인식하지만, 정작 그 복지를 가능하게 하는 노동의 가치는 철저히 저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악순환이 지속된다면 요양시설 절반 이상이 인력난으로 정상 운영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머지않아 현실이 될 것이다.

 

돌봄 인력 부족의 근본 원인은 단순히 인구나 근무환경 문제가 아니다. 사회 전반에 '돌봄 노동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양보호사는 단순히 식사나 청소를 돕는 사람이 아니다. 치매, 뇌졸중, 파킨슨병 등 다양한 질환을 가진 노인을 대상으로 전문적인 돌봄과 심리적 케어를 제공하는 복지 전문가이자 고도의 감정노동자다. 이들의 전문성을 제도적으로 인정하고, 자격 등급제나 전문직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일본의 '개호복지사(介護福祉士)' 제도나 영국의 '케어 매니저' 제도처럼 돌봄을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반면 한국은 아직도 요양보호사를 단순노동직으로 분류하며 전문직으로 대우하지 않고 있다.

 

기술로 사람을 대체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돌봄 로봇이나 AI 모니터링 시스템은 인력 부족을 보완할 수 있는 수단이지만, 본질적인 대안은 될 수 없다. 노인은 신체적 지원보다 정서적 교감과 인간적 관계 속에서 안정을 느낀다. 결국 돌봄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다. 따라서 정부 정책은 기술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으로, 돌봄 인력의 양성과 재교육, 처우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지금까지의 노인 돌봄 정책은 민간시설 중심의 분절된 구조로 운영되어 왔다. 그러나 초고령사회에서는 국가 차원의 통합 돌봄 체계가 필요하다. 요양보호사 국가 인력풀을 구축해 지역별 인력 수급을 조정하고, 초·중·고급 단계로 성장할 수 있는 경력형 직업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공공요양시설 확충과 근로환경 개선을 병행해 안정적인 고용 기반을 다지고, 지역사회 중심의 '커뮤니티 케어 허브(Community Care Hub)'를 통해 방문요양, 주간보호, 의료·복지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돌봄은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지탱하는 핵심이다.

 

돌봄 인력 위기는 노동시장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지금 현장에서 헌신하는 요양보호사들이 존중받지 못한다면, 머지않아 우리 모두가 돌봄을 받지 못하는 사회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돌봄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이며, 사람을 돌보는 일은 가장 인간적이고 가장 국가다운 복지의 시작이다. 초고령사회로 향하는 대한민국이 진정한 복지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지금, 돌봄의 품격을 다시 세워야 한다.

 


글 / 장석영 (주)효벤트 대표

 

동탄 재활요양원 대표
효벤트 (창업 요양원/창업 주간보호센터) 대표
효벤트 웰스 대표
김포대학교 사회복지전공 외래교수
숭실사이버대학교 요양복지학과 외래교수
한국보건복지인재원 치매케어 강사
사회복지연구소 인권 강사
경희대학교 동서의학대학원 노년학 박사과정
경기도 촉탁의사협의체 위원
치매케어학회 이사
대한치매협회 화성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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