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청년일보 】 "실전 중심의 '가족 케어 역량’이 치매 환자의 삶을 바꾼다"
고령사회로의 진입이 가속화되며 치매 환자 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그 많은 환자들이 전문 시설보다 '가정’이라는 공간에서, 의료인이 아닌 가족의 손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다는 데 있다. 돌봄이 일상이 된 이들 가족에게는 병이 아니라, '일상을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할 필요가 절박하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대부분의 가족들은 아무런 준비 없이 갑작스럽게 돌봄의 최전선에 서게 된다.
치매는 단순한 질병이 아니다. 인지기능 저하, 행동장애, 신체 기능 약화 등 복합적인 문제를 동반하는 만큼, 이를 돌보는 가족에게는 전문 간병인을 뛰어넘는 관찰력과 대응력이 요구된다. 그렇기에 가족이 반드시 알아야 할 치매 돌봄의 실전 기술은, 단순한 간호 지식을 넘어선 '생존 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기본 돌봄 기술 중 하나는 기저귀 교체다. 많은 가족들이 이를 단순한 위생 관리로만 여기기 쉽지만, 기저귀는 환자의 자존감과 감염 예방, 피부 건강에 모두 영향을 주는 민감한 돌봄 영역이다. 교체 주기, 세정 방법, 프라이버시 보호, 손의 온도 조절까지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이유다.
움직임이 제한된 환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욕창 예방도 중요한 과제다. 하루 세 차례 이상의 자세 변경은 기본이며, 에어 매트나 욕창 방지 패드의 적극적인 활용도 요구된다. 피부 상태를 관찰하고 건조하게 유지하는 것은 욕창의 조기 예방에 큰 역할을 한다.
또한 치매 환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연하장애, 즉 삼킴 장애는 침묵 속에 질식 위험을 키우는 위험 요인이다. 고개를 살짝 숙인 자세에서 걸쭉하게 만든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 안전하며, 식사 후 기침 여부나 목소리의 변화는 연하 문제를 파악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전문 언어치료사와 연계한 삼킴 재활도 선택지로 고려해야 한다.
치매 돌봄에서는 응급상황 대응 능력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의식 확인, 기도 열기, 자동심장충격기(AED) 사용 등은 환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기술이다. 특히 환자의 질병 이력과 복용 약 목록은 항상 눈에 잘 띄는 곳에 정리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치매 환자에게는 질식사 위험도 크다. 하임리히법을 포함한 응급처치는 가족이 반드시 숙지해야 하는 기술이다. 음식을 삼키다 기도가 막혔을 때 몇 초 안에 대응하지 않으면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 보건소나 복지관에서 진행하는 CPR 교육은 이 같은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한 번의 낙상으로 인해 환자가 장기 입원하거나 더는 걸을 수 없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낙상은 단순 사고가 아니라 치매 진행을 가속화하는 중대한 계기가 될 수 있다. 문턱 제거, 야간 조명 설치, 미끄럼 방지 매트 사용과 같은 환경 개선은 낙상을 예방하는 필수 요소이며, 이동 전 알림 습관과 호출기의 활용도 도움된다.
이동보조기구 사용 역시 돌봄의 핵심이다. 휠체어와 워커, 전동침대는 올바른 사용법을 숙지하지 않으면 오히려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브레이크 고정, 팔꿈치 각도 조절, 낙상방지 밴드 착용 등 세부적인 안전 관리가 중요하다.
보호자들이 간과하기 쉬운 또 하나의 기술은 리프팅과 체위 변경이다. 환자를 옮기다가 허리를 다쳐 간병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무릎을 굽히고 환자를 몸 가까이에 밀착시킨 후 한쪽 다리를 지지하는 방식은 안전한 리프팅의 기본이며, 슬라이딩 시트나 이송 벨트를 활용하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치매 환자의 인지 저하는 종종 의심, 공격성, 반복 언행 같은 병적 행동으로 표출된다. 이를 다루는 가족의 대화법은 매우 중요하다. “왜 그러세요?” 대신 “괜찮아요, 제가 도와드릴게요”와 같은 불안 완화형 표현이 필요하며, 낯익은 음악이나 사진을 활용한 회상 자극도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족 돌봄자의 감정 관리다. 장기 돌봄이 지속되려면, 가족도 스스로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시간을 확보하고, 자조모임이나 주간보호센터를 적극 활용하며, 필요 시 심리상담도 받아야 한다. 돌봄은 혼자서 감당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연결된 시스템 안에서 이어져야 하는 공동의 과업이기 때문이다.
치매는 한 사람만의 질병이 아니다. 그것은 가족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과정의 일부가 되며, 올바른 대응법과 체계적인 지식은 이 여정을 더욱 안전하고 존엄하게 만든다. 실버산업과 복지정책이 가족 중심 돌봄을 지원하는 교육 콘텐츠를 강화하고, 이를 일상에 체화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고령사회 대비의 핵심 과제라 할 수 있다.
글 / 장석영 (주)효벤트 대표
동탄 재활요양원 대표
효벤트 (창업 요양원/창업 주간보호센터) 대표
효벤트 웰스 대표
김포대학교 사회복지전공 외래교수
숭실사이버대학교 요양복지학과 외래교수
한국보건복지인재원 치매케어 강사
사회복지연구소 인권 강사
경희대학교 동서의학대학원 노년학 박사과정
경기도 촉탁의사협의체 위원
치매케어학회 이사
대한치매협회 화성지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