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코로나19로 인한 고용 양극화, 비대면 경제 확산 속에 최근 풍부한 유동성에도 불구하고 물가 상승률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한국판 뉴딜’이 경기 침체, 신성장 산업 부재 등 구조적 문제를 극복하며 경제 활력을 불러올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현대경제연구원이 2021년 국내 경제 이슈를 분석하고 시사점을 도출해 보았다.
[글 싣는 순서]
(上)한국경제 '기대반 우려반' 공존...구원등판 한 '한국판 뉴딜정책'
(下)고용·소비 양극화 우려… 비대면 경제 관련 분야 수출 '호조'
【 청년일보 】 2021년 한국 경제는 ‘기저효과’ 등으로 인해 경기 반등이 예상되는 한편, 여전히 하강 리스크가 존재할 것이라는 우려도 공존하는 가운데 ‘성장력 회복’, ‘한국판 뉴딜’ 등이 내년 국내 경제의 쟁점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현경연)은 4일 발간한 경제주평 ‘2021년 국내 경제 이슈’ 보고서를 통해 성장력 회복·한국판 뉴딜·물가·유동성 함정과 부채·고용 및 소비 더블 양극화·비대면 수요 관련 수출 호조세 지속 등을 내년 국내 경제 부문에서 부각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슈로 소개했다.
먼저 현경연은 성장력 회복과 관련해 정부가 재정지출 확장을 통해 성장률 급락을 방지한다고 해도, 위기 이후 회복 시기에는 재정의 경제 견인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 위기가 진행되는 동안 정부 재정 확대를 통해 경제 성장률 급락을 방지하는 효과가 확인됐지만, 위기 발생 이후에는 재정의 경제 견인 효과가 반감되고 상대적으로 민간 부문의 경제 활력이 성장률 반등을 견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현재 국내 민간 부문에서의 재고 소진이 미약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경기 싸이클 상 회복 단계에 진입한다 해도 생산 및 투자 확대가 불투명하며, 코로나19 사태가 재 확산될 경우 여전히 재고에 의존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외적으로도 미·중 갈등 및 선진 경제권의 경기 부진 가능성 등 국내 수출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요소가 잔존한다.
◇ “한국판 뉴딜 정책, 경제 활력 불어넣는 ‘구원투수’ 될 것”
그러나 보고서는 정부의 ‘한국판 뉴딜’ 정책이 경제 활력을 불어넣는 구원투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현재 한국 경제는 경기 저점을 확인하는 국면에 있으며, 코로나19 이전의 경제 상황 수준에 도달하는 시기는 2021년 하반기 정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덧붙였다.
현경연에 따르면, 한국 경제는 코로나19 이전부터 노동 투입력 약화, 자본 축적 저하, 신 성장 산업 부재 등 구조적 문제에 따른 잠재성장률 하락에 대한 우려가 계속 제기되어 왔다.
실제 국내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1990년대 초 7% 중반 수준이었으나 2016∼2020년에는 2.5%로 추정되며 2020∼2025년에는 2% 초반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생산 가능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 투입력 약화, 투자 부진, 신 성장 산업 출연 지연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대응과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정부는 ‘한국판 뉴딜’ 정책을 제시했으며, 이에 따른 투자의 2021년 집행률 수준과 민간의 마중물 투자 여부가 향후 경기 방향성을 결정짓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경연 관계자는 “오는 2021년부터 본격적인 투자 확대로 경제 활력 창출이 기대되나, 신사업 창출 및 민간 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 및 사업 환경 개선이 부진할 경우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덧붙였다.
물가와 관련해서는 최근 풍부하게 공급된 유동성에도 불구하고 물가 상승률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2021년에도 반전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정부가 최근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완화적 통화정책을 시행하며 통화(유동성) 공급이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물가상승률은 오히려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경기 침체 지속으로 경제 주체들의 실물 경제에 대한 심리가 위축돼 풍부한 유동성이 실물 경제보다는 자산시장에 집중된 결과이며, 종합적으로 최근의 풍부한 유동성이 실물 부문에 미치는 영향력이 제한적이었고 물가 상승 유발 측면에서 미약했음을 시사한다는 게 현경연 측의 판단이다.
현경연 관계자는 “유동성 공급의 확대는 향후에도 일정 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이는 한편 국내 경기 반등이 미약해 경제 주체들의 심리 회복이 지연되고 경기적(수요측) 물가 상승 압력이 약세를 유지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로 인해 유동성 공급과 물가상승률 간 역의 관계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확대된 유동성, 기대·우려 상존…대출 규모 증가는 긍정적”
코로나19 여파로 확대된 유동성은 기업과 가계 등 실물경제의 과도한 위축을 방지하고 있지만, 자산 가격을 상승시켜 금융 불균형을 점증시킬 우려도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중앙은행 기준금리 인하와 이에 따른 유동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대내외 불확실성 증가로 인해 실물 부문의 회복은 지연되고 있다.
시중 유동성 지표인 M2(광의통화: 현금통화+예금취급기관 결제성 예금+만기 2년 미만 정기 예·적금+시장형, 실적배당형 금융상품+금융채) 증가율은 지난 2018년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5.8%에서 올해 2분기 9.7%까지 상승했다.
이는 지난 3월, 5월 두 번에 걸친 중앙은행의 기준금리(1.25%→0.50%) 인하와 경제 및 금융안정을 위한 유동성 공급확대 정책에 기인한 결과지만, 최근 유동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대내외 불확실성 증가로 인한 명목 GDP 증가율 둔화 등 실물 부문의 회복이 지연되는 상황이다.
민간부문의 신용공급이 기업부문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자금조달 여건을 개선하고 기업 신용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측면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은행권 기업대출은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3~5월 중 가장 큰 폭으로 증가 규모가 확대됐으며, 지난 4월 전월 대비 27조9,000억원까지 증가했다.
가계대출 증가 규모 역시 3월 전월 대비 9조4,000억원에서 7월 7조9,000억원까지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산업별 대출은 코로나19의 부정적 영향이 큰 업종을 중심으로 확대된 가운데, 유동성 확대는 기업의 신용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주요 산업별 은행권 대출 증감 규모는 올해 상반기 제조업이 11조7,000억원으로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됐으며 특히 도소매업, 부동산업, 숙박 및 음식업, 운수 및 창고업 등의 산업에서도 은행권 대출 규모가 지난해 상반기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와 관련 현경연 측은 “코로나19의 부정적 영향이 큰 산업들을 중심으로 대출 규모가 큰 폭으로 확대됐고 가계대출 증가 및 주식시장 등 자산 가격 상승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는 상황은 민간신용 및 금융 불균형 리스크 누적에 대한 우려를 증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 청년일보=안상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