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7일 현대경제연구원(현경연)은 '2021년 한국 경제의 10대 키워드' 보고서를 통해 올해 우리나라 경제 전망을 진단했다.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코로나'를 기반으로 키워드 'WITH CORONA'를 제시하고, 각각의 알파벳을 기반으로 올해 경제 흐름을 예상했다.
현경연은 지난해부터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의 3차 대유행이 북미와 유럽 중심으로 현실화되면서 올해는 코로나발 경제 충격으로 시작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백신 보급과 보호무역주의 기조 완화 등으로 세계 경제가 회복 기조로 진입하면서 수출 여건이 개선되고,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나아지면서 하반기부터는 고용 시장에서도 회복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경제 회복 속도는 백신 보급으로 집단 면역이 형성되어 경제 주체의 소비 심리가 정상화되는 시기가 언제가 될 것인지에 달려 있다고 현경연은 판단했다.
또한, 미국의 정치 지형 변화와 탄소 중립을 위한 국내 정책 진전 등으로 인해 에너지 및 산업 구조 개편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 With coronavirus… 코로나19 확산세 진정·백신 도입 시점이 경기 회복속도 결정
최근 글로벌 코로나19 겨울철 대유행이 현실화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가 대량 발생하고,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이동 봉쇄조치가 재가동된 상태다.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 등 대규모 신흥시장에서도 신규 확진자가 크게 늘어난 상태다.
현경연은 이번 코로나 유행의 규모와 범위가 매우 커 올해 초반 실물 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한국 경제는 2020년 2분기의 경기 저점을 시작으로 완만한 개선 추세선 상에 위치한 것으로 판단된다. 전반적인 불황 속에서 투자와 수출이 그나마 선방하면서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현경연은 "2021년 경기 흐름은 시간이 갈수록 우상향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연초의 코로나발 2차 경제 충격의 강도와 지속 기간, 백신의 보급 시기에 따라 회복 속도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 이전의 경제 규모를 달성하는 시점에 대해 현경연은 "코로나 확산세가 진정되고 백신 도입이 정부의 계획대로 이뤄질 경우 2021년 하반기, 코로나 확산세가 장기화되거나 백신 도입이 지연될 경우 2022년 상반기 경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 Improvement(개선)… 백신 보급 확대·보호무역주의 기조 완화로 수출 여건 개선
2021년 국제 무역은 2020년의 불황에 따른 기술적 반등 요인과 주요국의 경기 부양 정책 가속화 등으로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다.
현경연은 "내수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주요 경제권의 경기 부양 능력 가속화로 국가 간 재화와 서비스 이동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나아가 미·중 간 관세전쟁의 후퇴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2019년부터 국제교역 침체의 근본 원인이었던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완화될 여지도 높다"고 판단했다.
이에 국내 수출 경기는 글로벌 코로나19의 재유행 강도와 상관없이 완연한 회복 기조를 보일 것으로 현경연은 예상했다.
국내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5.4%에서 올해는 10%대로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연초에는 다소 부진할 가능성이 높지만, 2분기 이후에는 완연한 회복세를 시현할 것이라고 현경연은 내다봤다.
산업별로는 정보통신기술(ICT) 및 자동차가 강한 회복세를, 철강·석유화학 등 기초중간재는 다소 완만한 회복 속도를 보일 전망이다. 기초중간재는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수입규제 강화 움직임, 글로벌 환경 규제 강화, 수요 둔화 등 부정적 요인이 남아 있는 상태다.
현경연은 "ICT는 2년 연속 침체에 따른 기저효과와 비대면 환경 구축을 위한 ICT 제품 수요 급증 등으로 수출 호조가 예상되며, ICT 산업의 기초재인 반도체 수요 회복세가 강할 것"이라며 "자동차는 2020년 침체에 대한 기저효과와 신규 모델 출시 등으로 호조가 전망된다. 해외여행 단절에 따른 국내여행용 신차 수요 증가 요인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 Turnaround(선회)… 고용 시장 어려움 지속, 경제 상황 개선되면서 하반기 미약한 회복세
지난해 고용 시장은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시점에서 2개월이 지난 후 급격하게 냉각됐다. 산업별로는 코로나19의 영향을 직접 받는 서비스업의 일자리 감소폭이 가장 컸으며, 제조업도 시간이 지나면서 확대되는 추세다.
올해 기업들의 채용 규모는 작년보다 축소될 가능성이 높고, 고용이 실물 경제에 후행하는 특성 등으로 고용 시장이 큰 폭으로 개선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경연은 "기업들의 2021년 경영 전략은 확장보다 생존에 있어 신규 채용 규모를 확대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실제 고용지표 개선이 가시화되는 시기는 실물 경기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기업들이 국내외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확산된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분석했다.
현경연은 2021년 고용 시장이 하반기로 갈수록 개선되겠지만 개선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현경연의 예측에 따르면 2021년 연간 실업률은 3.7%로 전년 대비 0.2%p 하락하고,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17만 명의 감소세에서 19만 명 증가세로 전환할 전망이다.
◆ Herd Immunity(집단 면역)… 백신 보급 통한 집단 면역 형성이 중요
코로나19로 인해 위축된 소비 심리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백신 보급을 통한 집단 면역 형성에 있다고 현경연은 진단했다.
경제 심리의 개선과 악화는 실제 소비를 변동하는 핵심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 산업인 서비스업 전체로 보면 코로나19 유행기와 유행기가 아닌 기간의 생산이 감소세와 증가세를 반복했다.
현경연은 "경제성장률 수준을 결정하는 민간 소비의 침체를 완화하는 유일한 해결책은 코로나19를 통제하는 것"이라며 "그 핵심은 백신 도입과 집단 면역이 형성돼 민간 주체의 경제 활동 자유도가 높아지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역성장은 전적으로 GDP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민간소비 감소에 기인한다.
즉, 코로나19 확산을 제어하지 못하면 민간소비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경제 전반의 정상 성장 경로로의 복귀도 불가능하다는 것이 현경연의 설명이다.
◆ Carbon neutral(탄소 중립)… 저탄소 향한 에너지·산업 구조 개편 가속화
올해는 미국의 정치 변화와 탄소 중립을 위한 국내 정책의 진전 등으로 에너지 및 산업의 구조 개편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제적 기후변화 대응 공조에 부정적이었던 미국이 정권교체가 되면서 온실가스 규제에 대한 논의와 제도의 구체화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탈퇴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협약에 재가입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바이든은 에너지·산업 분야 선거공약에서 '2050년 탄소 넷 제로' 전략 추진과 향후 4년간 청정에너지 인프라 구축을 위해 2조 달러 투자를 내세웠다.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인 중국도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우리 정부도 '2050 탄소 중립'을 선언하면서 본격적인 이행 과정에 들어갔다.
다만, 한국은 주요국에 비해 탄소 배출이 많은 철강, 석유화학 등의 중화학 공업 비중이 높은 편이다.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중화학 공업 비중은 한국이 86.9%(2018년)로 제조업 강국 독일(81.9%, 2017년)과 일본(80.3%, 2017년)보다 높다.
경제 전체의 부가가치(GDP)에서 차지하는 중화학 공업의 비중도 한국은 25.7%(2018년)로 독일(18.7%, 2017년), 일본(16.8%, 2017년), 미국(8.9%, 2018년)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탄소 중립 전략 추진 과정에서 산업 분야의 탄소 배출 축소에는 많은 난관이 따를 것으로 현경연은 예상했다.
현경연은 "중화학 공업은 산업적 특성상 다량의 탄소 배출이 불가피해 제조업 또는 중화학 공업 중심의 경제·산업 구조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며 "중화학 공업 내 친환경 투자의 확대, 생산 기지의 해외 이전, 제조의 서비스화 등의 중장기 트렌드가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2021년 한국 경제의 화두는 '코로나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기회 찾기'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코로나19의 영향이 절대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경연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의 화두가 '코로나가 여전히 지배하는 세상에서 기회를 찾는 것'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현경연은 각 키워드에 맞춰 경제 회복을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국내외 코로나발 2차 경제 충격에 대비해 민간의 경제정책 공감 능력을 확보하고 재정 지출의 적시성 및 효율성 제고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현재 유일한 성장 동력이며 경제 안전판 역할을 하는 수출 경기의 회복세 강화를 위해 수출 외연 확장 노력과 동시에 새로운 글로벌 통상 트렌드 변화에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경제의 고용창출력 복원을 위해서는 공공 일자리 정책의 타겟팅을 보다 집중할 필요가 있으며, 민간의 일자리 감소 방지에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인한 고용절벽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한 다각적인 고용 시장 안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어 방역이 최우선인 것은 분명하지만, 경제 활력 손실을 최소화할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내수 진작을 위해 온라인을 중심으로 할인 행사나 일시적 부가가치세 인하, 연말 정산 시 소득 공제율 상향조정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탄소 중립 사회로의 전진을 위해서는 에너지·산업 구조 전환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경연은 "저탄소 시대에 적응해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대세지만, 경제·산업 패러다임의 대변환이 불가피하므로 민간 경제 주체의 동참과 협력이 필요하다"며 "현재의 중화학 공업 중심 구조를 저탄소형 스마트 산업 구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업 부문과의 공감대 형성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청년일보=박준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