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29일 현대경제연구원(현경연)은 '2021년 주요 산업별 경기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석유화학산업 ▲조선업 ▲기계산업의 올해 동향을 분석하고 내년 전망을 진단했다.
현경연은 내년 석유화학산업과 조선업, 기계산업이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어 이에 따른 리스크가 국내 경제로 전이되는 것을 차단하고, 국내 경기 회복 도모를 위한 신중한 경제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급격히 발전하는 새로운 산업 및 시장 트렌드에 대응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기존 주력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내년 석유화학산업 회복 국면 예상… 공급과잉에 따른 부정적 수급 여건 조성 우려도 상존
2020년 석유화학산업은 글로벌 수요 위축과 수출단가 하락, 전방 산업 부진의 영향으로 침체 국면을 보였다.
내수와 수출 부진의 영향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생산 감소가 지속 중이며, 출하와 재고 역시 감소하는 모습이다.
현경연에 따르면 전방 산업과 수출 부진으로 생산지수 증가율은 2020년 1분기 0.4%에서 2020년 2분기, 3분기 각각 8.0%, 3.9%까지 감소세가 지속됐다. 출하와 재고 증가율도 각각 2020년 1분기 0.9%, 3.1%에서 3분기 4.2%, 7.0%로 줄었다.
글로벌 수출시장의 수요 위축과 제품 단가 하락의 영향으로 수출도 감소했다. 수출은 2020년 3분기까지 약 291억 달러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약 18.6% 하락했다. 제1의 수출시장인 중국에서도 2020년 3분기 누적 기준 약 125억 달러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약 18.1% 줄었다.
현경연은 2021년 원가 경쟁력 개선과 전방 산업 회복, 언택트 관련 제품 수요 확대 등의 영향으로 석유화학산업이 회복 국면으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원가 경쟁력 개선 및 내수와 수출이 동반 회복하면서 생산 증가가 예상된다.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천연가스 기반 ECC와 원유 기반 NCC의 생산비 격차가 축소된 것이 원가 경쟁력 개선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중국의 파라자일렌(PX) 증설 등 코로나19 여파로 일부 연기되었던 생산설비 확장이 재추진될 가능성도 있어 공급과잉에 따른 부정적인 수급 여건이 조성될 우려도 상존한다고 현경연은 지적했다.
수출은 글로벌 경기 반등에 따른 수요 회복과 기저효과 등이 반등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위생용품과 포장재 등 비대면 관련 품목을 중심으로 수요 확대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내수와 관련해서도 현경연은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전방 수요산업인 자동차, 가전, 건설 등의 경기 회복이 기대됨에 따라 내수는 전년 대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경연은 내년 석유화학산업에서 친환경 정책 확대, 수입규제 강화, 이종 산업과의 융합이 주요 이슈로 부각할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나라의 '그린 뉴딜 정책',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탄소배출 제로계획' 등 각국의 친환경 산업정책 도입과 탈석유 등 친환경 트렌드가 부상함에 따라 고기능 제품 개발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또한, 주요국의 제조업 육성과 자국 산업 보호 흐름이 강화됨에 따라 국내 석유화학제품에 대한 수입 규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과 인도의 석유화학제품의 수출의존도가 약 48.1%(1~10월 누계)에 달해 수입규제가 강화될 경우 부정적인 영향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중장기적으로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한 인수합병 등 선제적 사업 재편 노력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석유화학 선도기업은 ▲의약 분야의 레드 바이오 ▲농업의 그린 바이오 ▲화학·에너지 분야의 화이트 바이오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며 고부가가치화에 주력하고 있다.
◇ 조선업, 수주 및 수출 물량 측면 개선 전망… 수주절벽의 영향 가시화 등 리스크 요인도 상존
올해 조선업은 공급과잉 해소라는 긍정적인 영향과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경기·교역 침체 등 부정적 영향이 혼재했다.
현경연에 따르면 조선업은 공급과잉의 영향에서 벗어나며 2018년 4분기부터 증가세를 유지했다. 최근 10여 년 간의 정점(전년 동기 대비 22.8%) 이후 하락했던 조선업 생산지수 상승률은 2020년 2분기 국지적 저점(전년 동기 대비 3.3%) 이후 상승세를 보였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글로벌 경기·교역이 침체되면서 국내 조선사의 발주 및 수주 역시 비정상적인 흐름을 보였다. 2020년 1~10월간 국내 조선사의 신규수주량은 260만 CGT로, 2016년(220만 CGT)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
현경연은 내년 조선업이 신규수주와 수출 등 물량 부문 개선이 전망됨과 동시에 건조 단가 상승 및 하락 요인의 복합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환경규제 대응 차원의 수요, LNG 선박 부문의 기술 경쟁력을 보유한 국내 조선업 강점 등을 고려해 수주 반등이 나타날 것으로 현경연은 예상했다. 현경연은 2021년 국내 조선사의 신규수주량이 850~1100만 CGT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선박의 건조 단가는 상승 및 하락 요인의 복합적인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상용화 기대 확산과 세계 경제의 회복 전망은 상승 요인이지만,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철강 수요 감소, 중국 내 철광석 재고 증가 지속 등은 하락 요인으로 꼽힌다.
선박 수출은 증가하지만 코로나19 이전 수준보다 하회할 가능성도 상존하는 상태다. 코로나19 대응력 강화에 따라 경기 회복과 교역량 증가, 환경규제로 인한 신조선 주문 증가 등은 수출 증가를 견인하겠지만, 낮은 선가와 인도 지연 가능성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현경연은 조언했다.
현경연은 내년 조선업에서 국내 조선사의 일감 부족, 친환경 트렌드의 기회 및 리스크 요인, 분산 공급 체인 등이 주요 이슈로 부각할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주 급감에 따라 2022년 인도 물량의 감소가 예상된다. 이로 인해 2022년의 인도 물량이 작업 현장에 투입되는 2021년 하반기 국내 조선사의 일감 부족 현상이 우려된다.
현재 강화되는 친환경 트렌드가 조선업에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현경연은 지적했다. 석유 대체 에너지에 대한 수요 증대로 통상적인 선박 수요를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친환경 트렌드에 따른 노후선박 교체 가속화 및 친환경 연료 이용 선박에 대한 투자 증가 등 기회 요인도 존재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1국 발주 집중 생산 방식보다 서로 다른 국가에서 분할 건조 생산 방식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현경연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선주의 중국 필드 방문, 검수, 인도 등 모든 일정이 중단된 사태가 발생하면서 어느 한 국가에 집중적으로 발주하는 방식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 기계산업, 전방 산업의 업황 개선·정부의 뉴딜 정책·주요국의 경기 부양책 등으로 개선 전망
2020년 기계산업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여건 악화에도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약진 등 일부 전방 산업의 개선에 힘입어 일반 기계 산업의 생산 및 출하 증가율이 개선됐다.
반면, 수출 증가율은 대외 경제 여건 악화로 마이너스 폭이 확대됐다. 현경연에 따르면 일반기계 수출은 2020년 10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8.7% 하락했지만 수입은 8.4% 증가했다. 중국, 미국, 일본 등 주요 시장의 수출 증가율도 각각 3.7%, 4.7%, 14.6%로 하락했다.
국내에서는 반도체 및 평판 디스플레이 제조 기계를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나면서 수입 증가를 견인했다.
현경연은 내년 기계산업 경기가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의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정책에 힘입어 설비투자와 기계 수주가 증가하고, SOC투자 확대 등 공공부문 건설투자가 늘어나면서 건설기계 관련 수요도 소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도 플러스 전환이 기대된다. 인프라 투자를 중심으로 한 주요국의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이 예상되며,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경제 확산에 다른 ICT 산업 호황이 예상됨에 따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 장비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현경연은 디지털 기반 인프라 구축 시대, 핵심 장비 및 부품 국산화 확대, 글로벌 로봇 강국 도약 등을 내년 기계산업의 주요 이슈로 꼽았다.
먼저,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침체된 경기 회복을 위해 한국, 미국, 중국 등 주요국이 디지털 기반 인프라 구축에 대한 투자가 확대될 전망이다.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두 개의 축으로 추진되는 한국판 뉴딜 정책은 2025년까지 총 160조 원 규모의 재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미국도 4년간 2조 달러 규모의 친환경 중심의 인프라 투자 정책이 예상되며, 중국도 디지털 경제를 축으로 한 '신 인프라 투자'가 경기부양정책의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일본 수출 규제와 미·중 무역 갈등, 코로나19로 인한 핵심 부품 수입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은 주요 부품 자립화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대기업뿐 아니라 국가 측면에서 핵심 산업의 자립화 또는 공급선 다양화 전략을 고려하면서 기계 및 부품 기업의 수혜가 기대된다.
정부가 2023년까지 글로벌 4대 로봇 강국을 확립하기 위해 매출 1000억 원 이상 로봇 전문기업을 20개 이상 육성·성장시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것도 기계산업에서 주목할 부분 중 하나다.
◇ 코로나19 재확산 리스크 차단, 새로운 산업·시장 트렌드 대응 필요
2021년 대내외 경제 환경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발발한 올해보다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현경연은 진단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이 리스크가 될 전망이다.
현경연은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리스크가 국내 경제로 전이되는 것을 차단하고, 국내 경기 회복 도모를 위한 신중한 경제 정책을 주문했다.
또한, 수출 경기 회복을 위해 수출 품목 및 시장 다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동시에 수출 산업의 고부가가치화 노력에 주력해야 하며, 경제성장의 핵심 기반인 민간 경제의 활력을 높이고, 성장 잠재력 확충을 위한 투자 활력 제고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 경기 불확실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공공부문의 조기 발주 확대와 일관된 정책 추진, 민간 부문 투자 및 사업 활성화에 대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현경연은 지적했다.
이와 함께 현경연은 코로나19가 촉발한 비대면 시장 성장, 4차 산업혁명 연관 기술발전 등 새로운 산업 및 시장 트렌드에 대응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동시에 기존 주력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중장기 산업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청년일보=박준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