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편집자주] 미국 내 코로나19 감염 확산에 따른 일시적 경제활동 중단으로 2020년 1분기 경제성장률은 6년 만에 역성장을 기록하는 등 경제 위축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코로나 확진자 수는 5월 27일 현재 169.9만 명에 달하며, 최근 신규 확진자 수는 둔화하고 있다. 코로나 충격은 한 달 정도 반영되었지만 2020년 1분기 경제성장률은 –5.0%로 시장 예상치인 –4.0% 수준을 밑돌아 그 여파는 예상보다 컸다. 이에 현대경제연구원은 부문별로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미국 경제 지표 변화와 주요 이슈를 점검해보고 시사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이하 현경연)은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미국 경제 점검'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이번 코로나19 충격을 받은 후 사상 최대 규모의 통화 완화와 재정 확대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은 두 차례 긴급 미국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통해 정책금리를 '제로'수준까지인 150bp인하했다. 또한 무제한 양적완화를 통해 가계, 기업 등 경제 주체에 유동성을 공급했다.
이에 현경연은 "해당 통화정책은 불안 확산 억제에 초점을 둔 것"이라며 "이로 인해 국채, 모기지 증권 등을 매입하는 무제한 양적 완화로 미 연준의 자산 규모는 지난달 20일 기준 7조달러까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은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인한 수요 공백을 메우기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의 경기부양책 편성했다. 현경연은 "경기침체를 방어하기엔 역부족으로 보이나 침체 강도를 완화할 순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이뤄진 경기 부양책 규모는 총 2.8조 달러로 미국 GDP(2019년 21.4조달러) 약 12%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코로나 대응을 위한 경기 부양책은 금융위기 때보다 2배 이상 확대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무제한 양적 완화, 대규모 재정 정책은 유동성 및 신용시장 충격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허나 현경연은 "경제 성장악화 장기화, 기업 이익 감소 충격 등으로 재현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내다봤다.
현경연에 따르면 저금리 현상과 우호적인 대출 환경은 투기등급 회사채 발생 규모를 증가시켜 향후 신용과 유동성 위험은 여전히 존재한다. 전체 회사채 시장 중 투기등급 회사채 비율은 2011년 4.2%에서 2019년 28.3%로 확대된 바 있다.
코로나 19 여파로 인한 수요 위축, 기업 실적 악화로 채무불이행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고, 최근 6개월 동안 투자 등급에서 하이일드 등급으로 하향 조정된 회사채도 612건으로 나타났다.
신용평가사 피치에 따르면 미국 하이일드 채무불이행율이 4월 4.2%에서 5월 5~5.5%로 예측되고 이는 2010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라고 발표했다.
현경연은 코로나19 충격으로 손실된 일자리 복구에 대해 "과거 경기 침체기보다는 빨라질 가능성도 존재하나,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2008년 구조적 요인이 위기였던 글로벌 금융위기와 달리 외생적 충격에 의한 고용불안은 복구가 빠르게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고용률과 경제활동 참여율이 동반 급락하면서 더딘 고용 회복도 시사된다"고 덧붙였다.
복구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미·중 갈등 재점화'도 간과할 수 없는 양상을 보인다. 현경연은 "미·중 갈등이 무역 협상 부분 합의로 갈등이 완화되는 듯 보여 왔으나 최근 코로나19 책임론을 둘러싸고 갈등이 재점화되고 있어 경기 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은 코로나 19 손해배상, 화웨이 제재 강화 등 전방위적으로 중국으로 압박하는 한편 중국은 미국의 책임 추궁에 단호한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최근 PCT 출원 상위 10대 기업에 중국 기업이 급성장하는 등 기술 수준이 빠르게 향상하고 있다. 이에 현경연은 "기술 패권, 공급망 구축 등을 중심으로 양국의 갈등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홍콩 국가보안법 개정 결정 및 미국의 홍콩 특별지위권 박탈 가능성이 대두되는 등 미·중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달러화대비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현경연은 "미국의 대규모 재정 지출로 인해 올해 재정적자가 GDP 대비 -17.9%, 정부부채는 GDP 대비 101%로 급증해 재정건정성 문제가 지속 제기될 전망"이라며 "재정 건전성 악화는 경제 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부채 누증으로 신용등급 강등 위험성도 존재한다. 미국국가 신용 등급은 S&P 기준으로 현재 AA+(안정적)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나 부채 확대로 인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현경연은 코로나19의 충격이 휩쓸고 간 미국 경제의 전망에 대해 "실물 경제 충격이 가시화되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되었으나 연준의 고강도 정책과 대규모 재정 정책이 발표되면서 침체 가능성이 다소 완화됐다"고 진단했다.
향후 경기 향방을 나타내는 경기선행지수는 지난 1월 111.9p에서 3월 104.2p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 현경연은 이에 대해 "코로나 여파로 고용시장 여건 악화와 소비 심리 위축 등이 반영된 것"으로 판단했다.
경제정책불확성 지수는 지난 1월 131.4p에서 4월 268.5p로 상승했다. 향후 코로나 상황에 대한 예측이 어렵고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경제정책불확성 지수는 상승한 반면, 연준의 유동성 공급 확대 등으로 경기 침체 확률은 다소 완화됐다.
2020년 미국 경제는 유동성 및 재정 지출 확대 정책 등이 소비 동력을 어느 정도 보전할지와 코로나19 진정 여부에 달려있으나,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로 인한 역성장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현경연은 2020년 미국 경제에 대해 " -5%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며,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반영된 2분기 성장률은 더욱 위축된 후 강력한 정부 정책에 힘입어 하반기에 개선되는 경로를 예상한다"며 "앞으로 경제 유동성 확대와 재정지출 확대 정책 등 소비 동력을 어느 정도 보전할지와 코로나19 진정 여부가 주요 시사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경연은 "여전히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 미·중 분쟁 재점화 등으로 예상 성장 경로를 벗어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경제활동 재개 등으로 미국 경제는 하반기 이후 반등세가 예상되고 추가 부양책에 따른 수요 발생 가능성이 커 미국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공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대내외 불확실성 요인들로 인하여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침체가 길어질 가능성에 대비하여 국내 펀더멘텔을 강화하고, 발생할 수 있는 금융시장 불확실성을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경연은 "미·중 갈등 재점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인에 대응하는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발굴하여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미국의 전방위 압박에 대응해 중국이 금융시장 및 서비스 산업, 첨단 제조업 육성 등을 추진할 때 관련 시장 진출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청년일보=길나영 기자, 김유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