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일보】 오는 2020년 글로벌 경제 및 한국 경제의 상황은 올해와 유사한 양상을 연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대부분 산업들의 단기 및 중장기적 위험이 심화될 것이란 게 목소리가 적지않다. 이에 현대경제연구원은 '2020년 산업경기'의 키워드로 2020년 산업경기의 10대 특징을 나타내는 각 핵심용어의 첫 영문자를 조합한 'MANAGE RISK'를 제시했다. 연구원은 이를 통해 산업과 기업이 갈수록 험난한대외적 환경으로부터 야기되는 각종 위험요인을 분석, 철저한 관리를 통한 성장과 부흥의 기회를 잡기 위한 몇가지 포인트를 제시했다.[ 편집자주]
◇ 정부 재정확대와 환경산업(Environmetal industry)의 도약
현대경제연구원은 2020년 정부의 환경 분야 예산이 급증하면서 환경산업의 성장 기회가 마련될 것으로 봤다. 다만, 경제 전반의 저성장 및 전방산업의 활력 약화, 국내 환경 규제 완화 움직임 등은 환경산업의 하방 리스크 요인으로 판단했다.
먼저 2020년 정부 예산안을 보면, 12대 분야 중 환경 분야 재정지출이 가장 높은 증가세(전년대비 19.3%)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내년도 정부 예산안 기준 환경 분야 예산 규모는 8조 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밖에 미세먼지 등 환경 이슈에 대한 사회적 관심 증대, ‘IMO 2020’과 같은 국제환경 규제 강화 등도 내년 환경산업 성장의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반면, 저성장에 따른 경제 전반의 활력 약화, 주력 수출 산업 부진에 따른 환경 지출 위축 우려, 제조업 부흥 및 소·부·장 경쟁력 강화 필요성에 따른 업계의 환경 규제 완화 요구 등은 악재다.
◇ 산업 구조조정(Restructuring) 압력 지속
현경연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기업 실적 악화가 지속되면서 제조업과 건설업의 구조조정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2분기 전 산업의 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액)은 5.22%로 최근 5년 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2018년 2분기 7.71%보다 2.49%p나 급락한 수치다.
제조업의 영업이익률은 2018년 2분기 9.52%에서 2019년 2분기 5.51%로 급락했으며, 비제조업도 같은 기간 5.03%에서 4.83%로 하락했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2018년 이후 불황 강도가 극명해지면서 한계기업을 중심으로 경영난이 해소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현경연은 “반도체 산업을 제외한 대부분 주력 제조업의 생산이 위축되고 재고가 쌓이는 불황 국면을 경험 중”이라며 “2018년 이후 최근까지의 제조업의 상황을 보면, 출하가 분기 평균 0.7%의 감소율을 기록하는 가운데 재고는 7.1%의 증가율 보이면서 판매는 부진하고 재고가 쌓이는 전형적인 불황 국면의 모습을 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경연은 2020년에 상당수 주력 제조업들이 경기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일부 산업의 경우 그동안의 실적 악화가 누적돼 산업 구조조정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자동차 산업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 불황, 환경규제 강화, 국내 민간소비 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봤다.
철강과 유화는 주된 수요처인 중국 시장의 부진, 중국산 제품의 공세, 국내 전방산업인 자동차와 건설업의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불황 국면에 위치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건설업은 정부의 SOC 예산 확대에도 불구하고 건축 부문의 과잉공급 문제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경영 환경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현경연은 내년에 일부 자동차 기업과 건설업의 구조조정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보고 있다. 자동차 산업 내에서는 메이저 완성차 기업보단 최근 실적이 크게 악화되고 있는 마이너 완성차 기업 및 부품 생산 기업이, 건설업에서는 건축 사업 분야 비중이 큰 기업의 구조조정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 사회수요 증가에 따른 인프라 산업(Infra industry)의 기회 확대
현경연은 건설업의 전반적인 업황 악화 속에서도 정부의 SOC 예산 확대와 구조물 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증가로 인프라 산업의 기회는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0년 예산안을 기준으로 SOC 예산은 2019년 19조 8000억원에서 22조 3000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SOC 예산은 이전 정부의 20조원대에서 현 정부 들어 19조원대로 크게 하락했으나, 2020년 예산이 22조 3000억원으로 전년대비 12.9% 급증했다. 지방균형발전과 국가 대규모 프로젝트 사업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SOC 투자가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도 국내 인프라 노후화가 급격히 진행될 것으로 보여, SOC에 대한 투자 확대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준공 후 30년 이상 SOC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10.3%에서 2021년에는 15.5%로, 2036년에는 61.5%에 달할 것으로 전망이다.
현경연은 “이에 대한 유지·보수 투자 규모도 증가하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기존 인프라를 완전 대체해 새롭게 구축해야 될 인프라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 학령인구(School age) 쇼크에 따른 교육 산업의 위기
현경연은 이미 학령인구의 급감으로 가장 직접적 타격을 받고 있는 교육서비스업의 한계점이 도래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0년은 학령인구 800만명이 붕괴되는 시점이면서 최근 수년 내 가장 감소 폭이 큰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학령인구는 2000년 1138만 명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0년에 1000만 명을 하회하고 2015년에 900만명 선, 그리고 2020년에 800만명 선이 붕괴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학령 인구는 782만명으로 2019년의 805만 명에서 23만 명이 감소하는데, 이는 2016년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다.
2020년에도 학령인구의 감소로 교육서비스업의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중장기적으로도 이러한 산업의 저성장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한다. 2010년 이후 연평균 경제성장률과 서비스업생산증가율은 각각 3.2% 및 3.3%이었으나, 교육서비스업 생산증가율은 1.6%에 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현경연은 “교육 산업 저성장의 주된 요인은 시장의 수요자인 학령인구가 급감하기 때문이며, 출산율 저하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가 사회트렌드로 고착화되었기 때문에 산업의 중장기 전망도 비관적”이라고 평가했다.
◇ 한류(Korean wave) 확산과 한류 산업의 성장
한류(Hallyu, Korean wave)의 확산이 가속화되면서, 산업 성장의 기회가 기존 영상·음향 콘텐츠에서 관광 및 소비재로 확대되며 한류 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이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90년대 이후 드라마 수출을 시작으로 최근 BTS로 대변되는 K-POP 유행, 또한 영화 ‘기생충’이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해외에서 한국의 문화는 물론 생활양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이를 소비하고자 하는 글로벌 수요가 확산 중이다.
최근 한류의 빠른 확산 등으로 외국인관광객수가 증가하면서 관광산업의 성장이 가속화되고 있는 추세다. 2019년 외국인관광객수는 1400만명 내외 수준이 예상되면서, 중국의 사드 보복조치 직전 최고치인 2016년의 1393만 명 수준을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 2020년에도 최근과 같은 증가 추세라면 1500만명 선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도 크게 높아지면서 한국산 소비재에 대한 세계시장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2019년에 들어 전체 수출은 감소세를 지속하는 반면, 소비재 수출은 증가세를 유지 중인 것으로 분석됐다.
현경연은 “한류와 관련된 화장품 등의 뷰티제품, 식음료 제품, 의류·패션 제품 등에 대한 세계시장의 한국산 소비재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2020년에도 한류의 유행에 따른 관광 및 소비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여, 관련 산업의 성장에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경연은 “2020년 글로벌 및 한국 경제의 상황이 2019년과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대부분 산업들의 단기적·중장기적 리스크가 심화될 것으로 평가했다.
이와 관련, 현경연은 “2020년 산업계의 화두는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MANAGE RISK)’이며, 이에 대한 적극적 대응 여부가 산업과 기업의 방향성을 결정지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정재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