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주요 신흥국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등 경제 위기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등 대외의존도가 높은 취약 신흥국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신흥국 현지진출 및 투자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이하 현경연)은 10일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2월 이후 신흥국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신흥국 경제의 불안 요인이 부각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에 따르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은 -3.0%로 역성장이 예상된다. 이는 지난 1월 전망치 대비 6.3%포인트 하향 조정된 수치다. 국가그룹별로는 선진국이 -6.1%, 신흥국 -1.0% 역성장이 예상돼 세계대공황 이후 처음으로 선진국·신흥국 동반 침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2월 이후 신흥국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MSCI 신흥국 주가지수는 1146.83포인트에서 758.2포인트로 급락했고, MSCI 신흥국 환율지수도 1670.44포인트에서 1547.33포인트로 하락했다.
◇ 신용부도스와프(CDS), 연초 대비 크게 상승
코로나19 여파로 신흥국의 신용부도스와프(Credit Default Swap, 이하 CDS) 프리미엄은 대체로 상승하는 모습이며, 특히 동남아시아 및 중남미 지역 신흥국의 상승폭이 컸다.
CDS는 ‘부도가 발생해 채권이나 대출 원리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에 대비한 신용파생상품’을 의미한다. 부도 가능성이 클수록 일종의 보험료 개념인 CDS 프리미엄도 높아지게 된다.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 신흥국과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브라질, 칠레, 페루, 브라질, 멕시코 등 중남미 지역 신흥국의 CDS 프리미엄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체코, 헝가리, 폴란드 등 유럽 지역 신흥국은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낮았다.
전반적으로 코로나19 이후 신흥국의 CDS 프리미엄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나, 아르헨티나의 CDS 프리미엄은 매우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 3000bp(1bp=0.01%) 수준이었던 아르헨티나의 CDS 프리미엄은 코로나19 이후 3만 2000bp까지 오르고 일별 변동폭이 1만bp까지 상승하는 등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 중남미 지역 신흥국 통화가치 크게 하락
환율의 경우 중남미 지역 신흥국의 통화가치 절하율이 두드러지게 나타났으며 대체적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시점보다는 절하율이 낮았다.
코로나19 이후 브라질(-28.8%), 멕시코(-25.5%), 콜롬비아(-21.4%) 등 중남미 지역 신흥국 통화가치가 크게 하락했고 이외에 남아공(-26.6%), 러시아(-23.4%) 등도 통화가치 하락을 면치 못했다. 아시아 신흥국의 경우 코로나19 충격으로 환율이 급등한 이후 안정세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비교하면 통화가치 절하율이 당시보다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이지만 달러대비 신흥국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시점보다 높게 나타났다. 따라서 향후 변제해야 하는 달러표시 채무에 대한 부담은 더 높은 상황이다.
◇ 외환보유액 감소 추세
코로나19 여파로 일부 신흥국의 외환보유액이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터키(-22.7%), 헝가리(-14.7%), 칠레(-11.1%) 등의 감소폭이 컸다. 다만, 일부 신흥국을 제외하면 글로벌 금융위기 시점보다 감소율이 상대적으로 낮았으며 대부분의 신흥국이 더 많은 외환보유액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대외채무 대비 외환보유액 수준이 일부 국가에서 크게 악화되는 것은 우려할 만한 상황으로 보인다. 2018년 기준 대외채무 대비 외환보유액은 아르헨티나(23.6%), 콜롬비아(35.5%), 터키(18.2%) 등이 낮았다.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 시점과 비교해 대외채무 대비 외환보유액 수준이 중국, 인도, 태국, 베트남 등에서 크게 악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 대외의존도 높은 국가, 코로나19 리스크 ‘취약’
2018년 기준 주요 신흥국 중 대외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베트남, 헝가리, 체코 등으로 파악된다. 대외의존도는 국가별 GDP 대비 재화 및 서비스의 수출 비중을 의미한다.
아세안 지역의 베트남(105.8%), 말레이시아(68.8%), 태국(66.8%)과 유럽연합의 헝가리(84.9%), 체코(78.4%) 등이 높게 나타났다. 반면 아르헨티나(14.3%), 브라질(14.8%), 콜롬비아(15.9%), 중국(19.5%) 등은 낮은 수준이었으며 한국의 경우 44.0%로 신흥국 중 평균 수준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시점인 2008년과 비교했을 때 베트남(35.5%p), 폴란드(17.7%p), 체코(15.2%p), 멕시코(11.6%p), 터키(6.7%p) 등에서 대외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확대됐다.
이와 관련 현경연은 “코로나19 확대로 인해 선진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수요 충격이 확대될 경우 대외의존도가 높거나 빠르게 확대된 국가에서 수출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재정건전성 리스크 부각 가능성↑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위축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이 재정지출을 확대함에 따라 주요 신흥국 또한 재정건전성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흥국 중 정부부채 비율이 높은 국가인 아르헨티나(86.1%), 브라질(82.5%), 헝가리(71.0%) 등은 향후 국가 재정건전성이 리스크 요인으로 대두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해 아르헨티나(32.2%p), 남아공(30.2%p), 베트남(28.7%p) 등은 재정건전성이 더욱 악화된 형편이다. 이들 신흥국의 경우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적극적인 재정지출 부담이 높은 상황이다.
반면 러시아나 페루 등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낮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부부채가 상대적으로 낮게 증가한 국가들은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 여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 아르헨티나 위험 ‘1순위’..신흥국 진출·투자 재검토 必
현경연은 신흥국의 금융시장과 대내외 여건을 고려할 때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일부 국가에서 위기 발생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번 코로나19 위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는 낮은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위험 수준이 가장 높은 신흥국으로는 아르헨티나를 지목했다. 금융시장 측면에선 브라질과 칠레 등 중남미 지역 국가의 변동이 컸으며 이들 국가에서 단기적으로 대외 채무에 대한 리스크가 높은 것으로 봤다.
반면 향후 선진국을 중심으로 수출 시장이 급격히 악화될 경우에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 국가에서 경기 하방 위험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관련 현경연은 “국내 금융시장의 안정성 제고 노력을 강화하는 한편, 취약 신흥국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발생 가능한 리스크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적정 수준의 외환보유고를 확보·운용하면서 미국·일본·중국 등 주요 국가와 금융·통화정책 공조 등을 통해 외환시장에서의 안정장치를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구체적으로는 통화 스와프 체결, 역내 금융안전망 확보 등으로 시장의 불안심리를 완화할 것으로 제안했다.
현경연은 또 “위기 가능성이 있는 신흥국들에 대한 현지진출 및 투자에 대해서도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기존 투자에 대해서는 취약성을 고려해 재점검이 필요하며 신규 투자 시에는 신흥국의 기회요인과 더불어 리스크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요구된다는 의견이다.
현경연은 “거시건전성이 안정적이고 성장세가 높은 국가 위주로 재편해 위험 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또한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 시스템에 대한 요인들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청년일보=정재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