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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전략통...이원덕의 롯데카드 공략 눈길

주가 부양 등 우리금융 '손태승식 경영'에 새 행장 호흡 척척
카드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에 '맏형 은행' 체면 세우는 격

【 청년일보 】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이원덕 우리은행장이 '원팀 시너지'를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일각에서 대두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두 수장은 각자 그룹 외형 키우기와 은행 내실 다지기 작업에 집중하고 있으나, 우리카드 강화라는 과제 앞에서 이들의 호흡이 새삼 부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름 아닌 롯데카드 인수 논의에서 KT와 비씨카드, 우리금융과 우리카드 간 시소 게임에서 새 정부 출범 초기라는 논의가 작용할 것이라는 소리가 없지 않다. 범공기업으로 아직도 분류되는 KT는 수장 임기 연장 이슈에서 일반적인 사기업 사장 교체 시기와 결이 다른 행보를 보일 수 있다는 풀이가 유력하다. 한껏 역량을 과시하기 보다, 일단 안전 드라이브로 갈 것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포스코와 KT 수장 선출에 정부 입김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는 건 생각하기 어렵다는 일반상식적 개념이 작용한다. 더욱이 윤석열 정부는 지금 출범 초기다. 한껏 난제가 겹친 KT보다 우리금융 혹은 하나금융 쪽에서 롯데카드 인수에 열을 올리기 적합하다는 소리가 그래서 나온다.

 

그렇다고 우리금융이 실력없이 손을 놓고 어부지리를 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래서 위와 같은 분석이 더 흥미를 돋우며 생명력을 얻게 된다. 이 저변에는 손태승+이원덕 케미가 작용한다.

 

손 회장은 완전 민영화를 기반으로 한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글로벌 투자설명회(IR) 등 기업 가치 제고 전략에 속도를 더하는 중이다. 이 행장은 사업 역량을 강화하는 데 박차를 가한다는 평가다.

 

이 행장은 롯데카드 인수 이슈 등에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의 손발 맞추기를 통해 막강한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전략통'이 필요했던 손 회장과의 케미가 주목받는 이유다. 하지만 이 행장이 영업 외 영역에서 고생해 온 일명 전략통 이면의 행보는 상대적으로 시선을 덜 받는다.

 

이 행장은 1990년 은행원이 된 뒤 검사실 수석검사역, 우리금융지주 글로벌전략부장, 우리은행 미래전략부장(영업본부장), 미래전략단장(상무), 우리금융지주 전략부문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이번 행장 선임의 변으로 그룹에서 "일선 금융업무와 그룹 전략, 재무, 디지털 등 핵심 업무에 대한 이해, 플랫폼 경쟁력이 핵심 경쟁요소가 되는 상황 속에서 그룹 디지털혁신소위원회 의장으로서의 경험 등을 높이 평가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런 선출 평가를 얼핏 읽으면 영광스러워 보이지만, 바꾸어 생각해 보면 공적자금을 상환해야 한다는 압박과 어느 새 차이를 점점 벌려만 가는 여타 금융그룹, 은행들과의 경쟁 과정 그리고 그 와중에 차세대 먹거리를 찾아내야 하는 절박하지만 뜬구름 잡는 일 그런 우리금융의 세월에 치열하게 차출돼 버텨왔다는 뜻이다. 앞장 서서 불을 끄는 야전 소방수는 아니더라도 전략적으로 이를 고심하는 소방수역을 해 오고, 이를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부수적인 이야기지만, 그런 만큼 우리금융에서 근래 새 모델로 채택한 아이유의 이미지, 고생 끝에 행복을 찾는 이미지와 이 행장 행보가 오버랩되는 면이 있다는 풀이도 가능하다. 이 행장과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사채 피해에 노출돼 오랜 세월 시달려온 여주인공 아이유의 이미지를 겹쳐 보는 건 어렵지 않다.

 

 

은행주들이 지난해까지의 호조에서 벗어나 침체 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우려되는 때다. 미국은 본격 긴축 선언에 이어 급기야 15일(현지시간) '자이언트 스텝' 단행에 나섰다. 비상한 금융 위기가 반복될 수도 있는 이때, 인수합병은 언감생심일 수도 있다.

 

다만 일부 금융지주는 (주력인 은행 덕에) 배당 매력이 높아 하방을 지지할 것이란 분석을 듣기도 한다. 최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은행주들의 기대 배당수익률은 KB금융 6.1%, 신한지주 5.8%, 하나금융지주 7.3%, 우리금융지주 7.5%다. 단연 돋보이는 이런 성과는 우리은행이 지난해까지 농사를 잘 지어놓은 덕이다. 이를 기반으로 우리금융은 우리은행의 보유 지분 20%를 통로 삼아 롯데카드 인수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지난달에도 여러 이슈에 우리금융은 시달렸다. 예금보험공사의 블록딜 여파와 이로 인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매수 비중 확대 계획 철회를 그래도 빨리 극복한 상황은, 손 회장이 싱가포르 기업투자 설명회(IR)에서 선전한 것에 이 행장의 노력이 보태진 값진 합작품이다. 그런 합작이 이제 롯데카드를 노린다. 아이유를 모델로 쓰는 우리금융에서 그 모델을 가장 닮은 이원덕 행장이 할 역할은 앞으로도 적지 않으리라는 기대감도 일각에선 대두된다. 일단 당장 카드 다음엔 증권사 인수를 뒷받침할 과제가 남아 있다. '나의 아저씨' 속 아이유가 드라마 말미에 행복을 찾았듯, 고생길을 걸어온 '우리(금융)의 아저씨' 이원덕 행장도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 청년일보=임혜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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