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큐텐 관계자와 미팅을 약속하고 중국에서 왔는데 나타나지를 않네요. 직원들이 모두 재택근무를 하고 있어 회사에 들어갈 수 없다는 말만 들었습니다."
서울시 강남구 강남N타워에 위치한 큐텐 코리아에 업무 미팅을 목적으로 방문한 한 중국인 판매자(셀러) A씨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재무·IT 관련 문제로 큐텐 측과 협의할 사안이 있어 공식적으로 시간 약속을 하고 회사를 방문했지만, 담당자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A씨와 일행은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자리를 떴다. 그들은 미팅이 취소되는지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상태로 먼 길을 떠나 한국에 도착해 작은 출입증을 요구하는 출입문 앞에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그들은 다음 미팅을 기약할 수도 없었다는 말을 남겼다.
큐텐 코리아가 위치한 서울시 강남구 강남N타워의 출입문 앞은 그야말로 휑한 모습이었다. 구영배 큐텐 그룹 대표를 비롯한 임직원들은 일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회사에 필수 인력을 제외한 임직원들이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자 취재 기자들도 속속 자리를 떴다.
한가로움까지 느껴지는 큐텐 코리아와 달리 위메프 본사는 여전히 분노한 셀러와 소비자들로 가득했다. 피해를 입은 이들은 1층에 마련된 대기 공간에서 업체 측의 반응을 기다리며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위메프에서 받을 정산 대금이 밀려있다는 소상공인 B씨는 회사 측이 불통으로 일관하자 답답함에 위메프 본사를 직접 찾아왔다고 토로했다.
B씨는 "위메프에서 받아야 할 금액이 수백만 원대"라면서 "일반 소비자들의 억울함도 이해하지만, 우리와 같은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생활하라는 것이냐"라며 토로했다.
인천에서 위메프 본사까지 찾았다는 소비자 C씨는 "위메프에 묶인 금액만 수십만 원"이라면서 "믿고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업체가 무대응과 무책임한 반응으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며 다시는 이곳에서 상품을 구매하지 말아야겠다고 느낀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불안감에 회사 연차를 내고 새벽부터 찾아왔는데 업체로부터 돌아오는 것은 '기다리라'는 말뿐이었다"라면서 "소비자가 지불한 돈을 도대체 어떻게 사용했길래 돌려줄 수 없다는 것이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에서는 큐텐을 비롯해 티몬·위메프가 국내에서 서비스를 재개한다고 하더라도, 정상적인 사업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한 이커머스업체 관계자는 "이미 티몬과 위메프를 비롯한 큐텐 그룹은 셀러와 소비자로부터 완전히 신뢰를 상실했다"라면서 "특히 여행 업체, 상품권 업체 등 이들과 많은 거래를 유지하던 업체들이 모두 등을 돌린 데다 서비스 재개는커녕 법적 분쟁을 걱정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또 다른 이커머스업체 관계자 역시 "순식간에 무너진 티몬·위메프를 보면서 자성하게 된다"라면서도 "가장 중요한 순간 책임을 지고 전면에 나서야 할 회사 경영진은 사라지고, 실무진들을 '총알받이'로 내세우는 형국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한편, 티몬과 위메프가 지급하지 못한 정산 대금은 약 1천7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들 업체는 소비자 환불을 먼저 완료한 이후 큐텐 그룹의 자본을 활용해 피해를 입은 판매자 등에 순차적으로 대금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도 해당 사태가 사회적 문제로 확산하자 적극적으로 개입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카드사 관계자들을 불러 피해자들의 취소 환불에 선제적으로 응하고 추후 티몬과 위메프에서 정산받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당부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지난 25일 긴급 현장 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신속한 피해 구제를 위해 집단분쟁조정 준비에 착수했다. 또한 공정위는 피해자들의 민사소송도 지원할 예정이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