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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눈] 늙어가는 한국 제조업···청년·제조업 많은 지역 실업률 높아

청년 제조업 고용이 가장 역동적이어야 할 지역서 역설적으로 높은 실업률 기록
고령의 기존 정규직 과보호되는 반면 청년층 노동시장 진입 어려워져 빈곤 심화

 

【 청년일보 】 올해 상반기 전국 9개 도(道)에 있는 시(市)와 군(郡)의 취업자 수가 지난 2013년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청년층과 제조업 비중이 큰 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실업률이 높았다.

 

통계청이 24일 발표한 '지역별 고용조사 시·군·구 주요 고용지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시 지역의 취업자는 1312만8000명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3.9% 증가했다. 고용률은 59.7%로 1.4%포인트 올랐다.

군 지역 취업자는 206만8000명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4% 증가했고, 고용률은 67.3%로 1.4%포인트 올랐다. 시·군 지역의 취업자 수와 증가 폭은 모두 2013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대다. 시 지역 고용률은 지난 2019년 상반기의 60.3% 이후 역대 두 번째, 군 지역 고용률은 역대 가장 높았다.

 

통계청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취업자 수가 줄었던 기저효과도 있었고, 조사 대상 기간(4월 11∼17일)에는 사회적 거리두기도 완화되면서 취업자 수가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처음으로 조사에 포함된 7개 특별시와 광역시의 구(區) 지역 취업자는 1089만8000명, 고용률은 55.4%로 집계됐다. 특별시·광역시의 청년층 취업자는 162만2000명, 고령층 취업자는 298만7000명이었다.

실업률을 보면 9개 도의 시 지역 실업자는 48만3000명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6% 늘었지만 실업률은 3.5%로 0.1%포인트 내렸다. 군 지역 실업자는 3만2000명으로 2.2% 늘었고, 실업률은 1.5%로 지난해와 같았다. 특별시·광역시의 구 지역 실업자는 55만3000명, 실업률은 4.8%로 나타났다.

 

김경희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실업률은 구, 시, 군 순으로 높았다"면서 "청년층과 제조업 산업단지가 많은 지역이 높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고용과 관련해 가장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야 할 청년층과 제조업이 많은 지역에서 오히려 실업률이 높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제조업 근로자의 고령화와 관계가 깊다. 

 

사실 최근 10년 간 우리나라의 제조업 근로자는 미국, 일본보다 빠르게 늙어가는 양상을 보였다. 5년 뒤면 미국과 일본의 제조업 근로자 평균 연령을 추월할 전망이다. 이는 우리나라 제조업의 성장 잠재력이 급격하게 약화되는 것으로 한국경제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3일 지난 10년간(2010~2020년) 제조업 근로자의 고령화 추이를 분석한 결과 50대 이상 제조업 근로자의 비중이 2010년 15.7%에서 2020년 30.1%로 14.4%포인트나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30대 비중은 35.1%에서 27.8%로 7.3%포인트 감소해 가장 크게 줄었다. 이어 청년층(15~29세) 비중은 21.6%에서 15.2%로 6.4%포인트 감소했다. 그리고 40대 비중은 27.7%에서 26.9%로 0.8%포인트 줄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10년 간 50대 이상 고령 제조업 근로자 비중이 약 2배 증가한데 비해 미래의 성장 동력인 청장년층 근로자 비중은 전부 줄어들어 제조업 인력의 고령화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주요 제조업 강국인 미국, 일본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제조업 근로자 고령화 속도는 훨씬 가파르다.
 

실제 우리나라의 제조업 근로자 평균 연령은 2011년 39.2세에서 2020년 42.5세로 3.3세 오른 반면 일본은 41.6세에서 42.8세로 1.2세 증가했고, 미국은 44.1세에서 44.4세로 0.3세 오른 것에 그쳤다.

 

2011~2020년 제조업 근로자 평균 연령의 증가율을 보면 우리나라는 연평균 0.90% 올라 미국의 0.08%보다 11.3배, 일본의 0.32%보다 2.8배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2026년부터 우리나라의 제조업 근로자 평균 연령은 44.9세로 미국의 44.6세와 일본의 43.6세를 모두 넘어서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제조업 근로자 고령화의 원인으로 저출산을 꼽았다. 특히 엄격한 노동 규제로 인해 고령의 기존 정규직은 과보호되는 반면 제조업의 투자와 고용이 위축돼 청장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은 어려워진것도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제조업 일자리는 2010~2015년 사이 59만7000명 늘었는데, 2015~2020년에는 7만1000명 증가하는데 그쳐 최근 5년 간 제조업 고용은 크게 위축됐다. 또한 지난 10년 간 제조업 근로자의 연령대별 임금 추이를 보면 50대 이상 고령층의 임금 증가 속도가 청장년층보다 높았다.

 

실제 50대 이상 근로자의 월 평균 임금은 2010년 260만7000원에서 2020년 409만6000원으로 연평균 4.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청년층은 연평균 3.6%, 40대는 3.3%, 30대는 2.5% 늘어나 고령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임금 증가 속도가 낮았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고령층의 임금이 청장년층보다 빠르게 오르는 것은 생산성과 관계없이 근속·연령에 따라 임금이 상승하는 호봉급 체계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00인 이상 사업장 가운데 호봉급을 도입한 곳은 절반 이상인 54.9%에 달했다. 이는 임금 결정 때 직무의 중요도나 난이도 등 직무 가치를 주로 반영하는 직무급(35.9%)이나 자격 취득, 훈련 이수 등 숙련의 향상 정도 등을 고려하는 직능급(27.1%) 도입 비율보다 많은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 성장의 중추적 역할을 해 온 제조업 근로자의 고령화는 성장동력 약화에 따른 산업 및 국가경쟁력 저하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또한 세대 간 소득 양극화, 그 중에서도 청년 빈곤을 심화시킬 공산이 크다.

 

가난하고 어렵게 생활하는 청년, 즉 청년 빈곤은 통계에 잡히는 것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 청년 빈곤율이 과소 추정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현행 빈곤율 산출 방식이 동거 가구원의 소득을 반영해 계산되기 때문에 부모와 동거하는 비중이 높은 청년의 빈곤율이 낮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힘겨운 청년 고용 상황은 사회적 갈등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청년들은 전반적으로 학력이 높아졌지만 다양한 직종에서 기성세대와 일자리를 놓고 경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노력 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한 청년들은 좌절감과 무기력이라는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 청년층이 고령의 기존 정규직 과보호에 나서는 민주노총 등에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는 이유다. 


【 청년일보=정구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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