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지난 2018년 1월부터 국내 카드사들이 가상자산 투기, 자금세탁 등을 방지하기 위해 카드를 이용한 가상자산 구매를 차단했음에도 4년여간 3천200억원이 넘는 카드결제가 해외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국내 카드를 이용해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결제한 건수는 30만9천72건, 결제 승인금액은 3천246억원에 달했다.
앞서 지난 2018년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카드사들에 가상화폐 거래소에서의 결제 서비스 중단을 권고했다. 자금세탁방지 위반, 불법 현금유통, 사행성 거래로 인한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국내 카드사 8곳(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카드)은 2018년 1월부터 신용·체크카드를 이용한 가상자산 구매를 카드사 승인 단계에서 차단하는 조처를 시행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에도 일부 해외 가상자산거래소에서는 여전히 국내 카드 결제가 원활하게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카드사는 가상자산거래소의 가맹점 번호에 대한 결제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결제를 제한하는데, 신규 해외 가상자산거래소이거나 기존 해외 가상자산거래소가 현지에서 새로운 가맹점 번호를 발급받은 경우 국내 카드사가 가상자산거래소 여부를 즉시 인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허점이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알려져 있어 투자자들은 결제가 가능한 카드와 거래소 조합을 서로 공유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고객이 해외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카드 결제를 시도했으나 차단된 건수는 96만7천606건, 결제를 시도했으나 차단된 금액은 5천42억원에 달했다.
더욱이 가상자산 카드 결제의 '구멍'이 방치된다면 암호화폐가 해외보다 국내에서 더 비싸게 거래되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투자자들의 '영끌' 구매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연도별 국내 카드사의 해외 가상자산거래소 결제 차단액을 보면 국내와 해외 가상자산 시세 차이가 컸던 2021년에 카드 결제 시도가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991억원이었던 차단액은 2021년 2천423억원으로 배 이상 늘었다.
윤주경 의원은 "금융당국이 자금세탁 방지 등을 목적으로 가상자산 카드 결제를 금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지금처럼 가맹점 번호를 일일이 제한하는 방식으로는 실질적인 차단이 이뤄지기 어렵다"며 "카드 결제가 외화 유출이나 자금세탁 통로로 악용될 수 있는 만큼 국제 공조 강화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청년일보=이나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