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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강제 부담' 보단 '혜택과 자율을'...'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에 대한 재고(再顧)

 

【 청년일보 】 일반 플라스틱 제품이 자연 분해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알려진 바에 따르면 약 100년 가량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그동안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플라스틱 제품 사용 절감을 위한 세계 각국의 노력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대체제의 한계 등의 어려움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환경오염의 심각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에 따른 언텍트 시대가 고착화되면서 외식이 줄어든 반면 배달해 음식을 즐기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포장 용기 사용의 급증과 과대 포장 된 스트로폼 그리고 일회용 마스크, 물티슈 등의 일회성 제품의 사용량이 크게 늘면서 전 세계적으로 생활 폐기물 처리 문제와 생태계 파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서울 빗물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기도 했다. 대기 중 미세플라스틱이 빗물에 쓸려 ‘플라스틱 비(Plastic Rain)’으로 내린 것이다. 미세먼지 농도가 좋음과 보통 수준인 날에도 대기 중 미세플라스틱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 그 심각성을 환기시켰다. 

환경부는 지난 18일 기후탄소정책실과 자원순환국의 올해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이 중 올해 6월 10일부터 커피전문점을 비롯해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포장 판매에 사용하는 일회용 컵(플라스틱 컵 또는 종이컵)에 대한 보증금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음료를 일회용 컵에 구매하는 소비자는 음료 가격 외에 반환보증금을 추가로 지불하고, 사용한 일회용 컵을 매장에 반환하면 보증금을 다시 돌려받는 방식이다. 보증금은 컵 1개당 200∼500원으로 결정 될 것으로 알려졌으며, 전국 3만 8000여 개 매장에 보증금제가 일괄 적용될 예정이다.


하지만 카페·제과점·패스트푸드점 등에서 일회용 컵에 대한 반환보증금제를 시행한다고 하자 시민들 사이에서 반발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환경보호 차원이란 취지에는 대부분 공감을 하면서도 반환보증금을 소비자에게 강제적으로 부담시키는 방식을 두고 적잖은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직장인 A씨는 "환경보호를 위해 다회용컵을 사용하자는 취지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면서도 "배달 음식 포장재와 배달 용기 등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규제는 하지 않는 반면 일회용 컵에 대해서만 보증금을 부과하도록 한 것은 '환경보호'란 취지에 부합하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직장인 B씨도 "테이크 아웃을 할 경우 다회용컵을 따로 반환하러 가기 매우 번거로워 따로 반환한 적이 없었다"며 "이에 회전율이 과연 높을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과거 시행해 본 경험을 바탕으로 보증금을 올렸다고 설명한다.

 

정부의 이 같은 지침에 대해 각종 커뮤니티 등 이용자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왜 부담금을 소비자들에게 강제 부담시키냐는 지적과 함께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플라스틱 배출량이 급증한 만큼 환경 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긍정적인 시각도 존재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강제적으로 환경 관련 비용을 부과할 경우 소비자들의 불만이 되레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정부의 운영 방식을 두고 다소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환경 보호를 생각하는 것은 정말 좋은 취지"라며" 하지만 소비자에게만 비용을 '패널티' 방식으로 부담시키는 방식은 경제적 측면에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패널티' 방식보다는 '인센티브' 방식을 취해 소비자의 부담은 줄이고 참여도를 높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일례로, 텀블러 적립카드를 만들어 텀블러를 매장에 가져오는 소비자들에게는 300~500원정도의 적립 및 할인 헤택을 부여하는 방식이 오히려 참여율을 높이는 등 기본 취지를 배가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사용량은 98.2㎏에 달하고 1회용 비닐봉지 사용량은 211억개, 1회용 컵 사용은 257억개에 달하고 있다.

 

이는 국민 1명당 매년 페트병 96개, 플라스틱컵 65개, 비닐봉투 460개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 정도 양의 플라스틱을 생산하고 소비하기까지 배출되는 탄소의 양은 24kg으로, 이는 매년 소나무 3그루 이상을 없애는 것과 같다고 분석되고 있다. 

 

요컨대,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의 취지가 아무리 좋다해도 그 방식이 국민들에게 부담을 준다면 반발은 물론 적극적인 호응을 이끌어 내기란 쉽지 않다.

 

좋은 취지의 정책이라해도 국민들에게 부담을 주면서까지 따라오게 하는 방식보단 혜택을 줌으로써 자율적이고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순 없었는지 되돌아 볼 일이다. 


【 청년일보=백승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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