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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가속화되는 디지털 전환의 역설...'금융공룡'의 품격이 요구되는 시기

 

【 청년일보 】 임인년(壬寅年) 새해에도 은행권은 디지털 전환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반면 그 이면에는 은행권의 잇따른 영업점 폐쇄와 인력감축이 병행돼 적잖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비대면 금융이 일상생활로 자리 잡을 만큼 금융환경이 급변화하고 있다. 특히 은행권은 이른바 비용의 효율적 집행을 위한 일환으로 전국의 점포들을 줄여나가고, 이를 통해 디지털에 기반한 '종합금융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은행권의 디지털 전환 작업이 수년전부터 꾸준히 이어온 대세라지만, 이 과정에서 야기되는 '디지털 소외계층'에 대한 대안은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만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최근 신한은행의 경우 월계동지점이 통폐합된다는 소식에 수년간 점포를 이용해온 지역 주민들이 거리로 나왔다. 이들은 서울 노원구(8개)와 강남구(39개)의 점포수를 비교, 제시하며 부촌과 서민지역간 금융이용의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것이란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은 한발 물러서며 월계동 지점을 폐쇄하는 대신 '디지털 출장소'로 전환해 업무지원 인력 2명을 배치해 창구를 운영하겠다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다만 점포 폐쇄 결정에 대해서는 지점의 생산성과 성장성, 인근 지점과 거리 등 여러 지표를 감안한 것이라며 지역 차별이란 주장에 선을 그었다.

 

은행권의 오프라인 점포 폐쇄는 비단 신한은행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에만 KB국민은행을 비롯해 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에서 통합, 폐쇄한 점포수는 무려 251개에 달한다.

 

이 같은 움직임에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점포 폐쇄에 대한 '속도 조절'을 주문하는 한편, 지난해부터는 점포 폐쇄 전 '사전영향평가'를 거치도록 했다. 그러나 디지털 전환이라는 확고한 목표 속에 은행들의 점포 폐쇄 움직임은 속도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반면 가속화되는 점포 폐쇄에도 불구 이용자, 즉 고객을 적극 배려한 이렇다할 대안은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은행연합회에서는 '공동점포 운영 합리화 TF'가 구성돼 은행 공동점포 운영이 논의되고 있고, 금융당국은 우체국 위탁운영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초기 협상 수준에 머물러 있다.

 

우선 공동점포의 경우 은행들 간의 이해관계가 상충되면서 협의에 난항을 겪고 있다. 공동점포를 통해 은행들간 비용 부담을 경감할 순 있겠으나, 점포 관리의 책임 소재부터 경쟁적 영업환경 조성 등에 대한 대안은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각 은행마다 입지 선정에 대한 이해관계 절충 역시 적잖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아울러 금융당국의 우체국에 은행 창구 업무를 위탁하는 방안 역시 은행과 우정사업본부 간의 견해 차이가 크다. 무엇보다도 우체국이 사기업의 업무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논란도 배제할 수 없다.

 

이같은 은행들의 가속화되는 디지털 행보는 '빅테크의 금융권 공세'라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또 이런 위기감은 올해 금융그룹 회장들의 신년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자산과 이익 규모에서 많은 격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리딩금융그룹인 KB보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시장의 냉정한 현실을 전했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도 "기존 금융사들 역시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고 있지만 인터넷 은행과 빅테크 계열 금융사들의 새로운 시도가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은행을 '멸종될 공룡'이라고까지 비유하며 작심한 듯 쓴소리를 쏟아냈다.

 

김 회장은 "자산 500조원의 '금융을 지배하는 공룡'은 그렇게 무사안일해지고 대마불사의 헛된 희망을 품게 된다"면서 "시장은 우리를 '덩치만 큰 공룡'으로 보고 있고 공룡은 결국 멸종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내 금융그룹들이 내세우는 이 같은 위기감이 국민들에게 좀 처럼 전해지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사태와 경제 위기 속에서도 국내 금융그룹들은 4조원대 순이익을 달성하는 등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금융그룹들은 이런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디지털 영역으로 빠르게 파고들면서 '생활금융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금융환경을 발 빠르게 구축하고 있다.

 

변화는 환경에 대한 신속한 태세 전환은 중요하다. 그러나 디지털 전환에 대해 금융권은 '신속'만을 외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집어 볼 대목이다. 특히 '디지털 소외계층'에 대한 대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무분별한 점포 폐쇄는 은행의 이기심으로만 평가될 뿐이다.

 

과거의 공룡은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지만, '금융을 지배하는 공룡'은 아직 살아있고, 우리는 아직 그 시대에 살고 있다. 때문에 공룡들의 포용적 자세가 더욱 중요한 이유다. 생존을 위한 디지털 플랫폼 전환과 아울러 고객들과도 호흡할 수 있는 금융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한번쯤 되돌아보는 '공룡의 품격'을 보여주길 바란다.

 

【 청년일보=이나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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