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CJ올리브네트웍스는 통합 멤버십 서비스 CJ ONE을 운영하고 있다. 활용도가 높아 소비자들 사이엔 팬들이 상당히 많다. 6일 CJ올리브네트웍스에 따르면, 앱 활동과 CJ 브랜드 이용 이력을 기반으로 앱에서 ‘뱃지ONE정대’ 신규 서비스를 오픈한다고 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CJ올리브네트웍스가 최근 띠부띠부씰 수집 열풍, 빵지순례(빵집+성지순례) 등 '도장 깨기' 문화를 이이 서비스에 녹여낸 점도 눈길을 끈다. '뱃지ONE정대'는 CJ ONE 앱 활동과 CJ 브랜드 이용 이력에 따라 앱에서 배지를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예를 들어 그룹 계열사인 CG CGV에서 20회 이상 영화를 본다면 '프로 영화꾼'이 되는 식이다. 이렇게 회원들은 배지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혜택과 경품을 받을 수 있다.
일명 CJ 유니버스를 구축하려는 속내인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수 면발을 만들던 회사(제일제당)에서 태동해 한국 대표 문화창조기업으로 다방면에 문어처럼 발을 펼쳐놓은 CJ그룹이기에 가능한 내용이라 더 의미가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뱃지ONE정대'라는 명칭이다. 한국어의 단어 표기법이나 각종 활용형 등이 실제 생활과 다소 괴리돼 있거나, 혹은 말하고 듣기에 혼선을 일으켜 변형돼 쓰이는 경우는 적지 않다. 이제는 표준어 말단의 자리를 얻은 '짜장면'이 그렇고, '네가'는 '내가'와 음가 구분이 어려워 '니가'로 입말에서는 흔히 일부러 틀리게 쓰기도 한다. '나는'을 'I am'의 뜻으로 오해할 수 있어서 경우에 따라선 고심 끝에 '날으는 돈가스'라고 부르는 경우는 애교다.
다만 배지라는 말을 굳이 뱃지로 오기하는 게 이런 경우에 포함시킬 건지는 의문이 없지 않다. 해당사의 보도자료 스스로도 배지(Badge)를 얻는 뱃지ONE정대 운운하고 있다. 거기에 심지어 '언어유희' 차원에서, 자사의 브랜드 활용 노림수 차원에서 영단어 ONE도 넣었다. 언어 파괴라고 하면 지나친 것일까?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CJ문화재단 대표로 활동하는 등 CJ 측은 문화창조 전문 기업군이라는 특징을 살려 많은 의미있는 시도와 지원을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CJ문화재단이 세종문화상을 받은 바 있다. 한글날을 기념한 영예로운 자리이자, 지난해로 40회째를 맞이하는 권위있는 상이라는 의미가 있었다.
많은 이들은 '국제시장' '변호인' '명량' 등 우리 역사와 문화, 정서를 잘 담은 CJ의 영화를 기억한다. 문화계 리스트 논란으로 영화 제작의 이념적 경도 우려 등 잡음도 있었지만 이는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다. 외국인 친구가 비비고 만두를 통해 한국 식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에 어깨가 으쓱해진 경험을 가진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골프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국내 첫 PGA투어 정규대회 개최를 CJ 측에서 한 것을 떠올릴 것이다. 골프에 문외한이라도, 2017년 한글날 즈음에 열린 이 '더 씨제이 컵 대회'를 기억할 수도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몸소 참석해 우승자 저스틴 토머스 선수에게 상패를 수여했는데, 굳이 한글로 수상자 이름을 새긴 것을 강조해 언론에 보도된 바 있어서다.
왜 세로로 이름을 썼는지도 흥미롭지만 일단 논하지 않겠다. 굳이 상패에 상 받을 사람의 모국어가 아닌 한글로 이름을 명토박는 게 만점짜리 판단이었는지도 의견이 엇갈릴 수 있다. 다만, 그런 의지가 있어서 종합문화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런 점에서 '뱃지'에 'ONE정대' 운운하는 계열사의 홍보 감각은 이 회장의 한글 이름 표시 옹고집보다 한 수 아래인 것 같기는 하다.
【 청년일보=임혜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