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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중대재해법 개정...우선순위는 '이윤' 아닌 '생명존중'

 

 

【 청년일보 】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과 관련한 논의가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가 지난 3일 발표한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는 산업안전보건 관계 법령 정비에 관한 내용이 포함됐다. 이와 관련해 한 인수위 관계자는 "이미 중대재해법과 시행령 개정을 약속하지 않았느냐"면서 "노동계를 자극할 수 있어 에둘러 표현했다고 할 수 있다"고 언론에 타진한 바 있다.

 

당시 비록 인수위가 '산업안전보건 관계법령'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실제로는 경영계의 의견을 수렴해 '중대재해법 개정'을 국정과제로써 예고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또한 인수위는 중대재해법 개정과 관련한 구체적인 검토 사항도 앞서 언론에 전한 바 있다.

 

인수위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식 취임 전 중대재해법의 현행 징역·벌금 처벌 조항에서 징역형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현행 중대재해법은 중대재해로 노동자가 한 명 이상 사망하면 경영 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징역과 벌금형은 동시에 부과될 수 있다.

 

이에 경영계는 인수위 시절부터 윤석열 정부에 징역형 중심의 처벌을 벌금이나 과태료 등 재산형 벌금 중심으로 바꾸는 등의 조치를 통해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 조항을 완화해야 한다고 건의한 바 있다.

 

그러나 노동계에서는 현행 중대재해법 역시 입법 과정에서 수 많은 '손질'이 이뤄져와 많은 조항이 이미 수정되거나 완화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현행 중대재해법은 입법 과정에서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 의원안과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안 그리고 당시 문재인 정부안 사이에서 조정 과정을 거치며 그 세부 내용이 상당히 수정됐다.

 

이때 수정된 대표적인 내용으로는 ▲중소벤처기업부 요청으로 5인 미만 사업장 제외 조항 추가 ▲3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5000만원 이상 10억 원 이하 벌금형에서 현행 수준으로 완화 등이 있다.

 

정리하자면, 경영계는 이 같이 입법돼 시행되고 있는 현행 중대재해법도 '너무 센 법'이라는 의견을, 노동계는 '이미 약화된 법'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먼저 경영계는 현행 중대재해법이 경영 활동을 위축하는 것은 물론, 오히려 경영책임자들이 처벌 조항을 두려워 해 현장의 안전 조치를 기피하게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20일 청년일보의 질의에 전국경제인총연합회의 김용춘 고용정책팀장은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은 과잉처벌이 경향이 있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은 기본적으로 과실법임에도 형량 수준이 촉탁승낙에 의한 살인죄와 맞먹는다"고 비판하며 관련 법의 처벌 규정 완화에 관한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아울러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조동근 명예교수 역시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의 정상적인 활동을 위해 완화될 필요가 있다"며 "처벌 위주의 입법 강화는 책임자의 직무유기만 유발할 뿐"이라고 전했다.

 

반면, 노동계는 이 같은 경영계의 우려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있다. 

 

지난 24일 김용균재단의 권미정 사무처장은 "처벌은 수단일 뿐이지 목적이 아니다"면서 "예방을 할테니 해당 법을 없애달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더 나아가 노동계는 100일 남짓이 지난 시점에서 중대재해법의 효력을 평가하고, 이 평가를 기반으로 개정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 김광일 본부장은 "중대재해법은 시행된지 100일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서 나온 통계를 가지고 법의 실효성을 평가하기엔 너무 이르다"며 "1년이 된 시점에서 이 법이 실제로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날지 누가 알겠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처럼 경영계와 노동계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중대재해법은 50인 미만 사업장에 아직 적용조차 되지 않았다는 점 ▲약 80%의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는 이러한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다는 점은 윤석열 정부의 중대재해법 개정 명분을 약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물론, 경영계의 우려도 일견 타당한 면이 존재한다. 추가적인 투자를 통한 경제적 이윤 창출의 선순환을 형성할 수 있는 비용이 '안전 관리' 명목으로 꾸준히 지출된다면 경영계의 우려처럼 '경영 악화'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조사 결과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안전 관련 예산이 그전보다 증가했다는 응답은 70%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새 정부는 중대재해법 입법과 시행의 본질이 기업의 추가적 이윤 확보나 효율성 재고에 있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생명이 위협받지 않는 안전한 산업현장 조성에 우선적인 방점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근본적으로 기업과 경영자는 노동자의 노동력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고 그 이윤에 기반한 투자를 통해 기업의 이익을 확대하는 반복 작업을 거치는 경제 주체다. 다시 말하자면, 기업과 경영자의 입장에서도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필요한 1차적인 투사(投射) 수단은 노동자인 것이다.

 

그렇기에 노동자를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은 그들에게 급여를 지급함과 동시에 노동자에게 안전한 산업현장을 성실하게 제공할 최소한의 의무를 지니고 있다.

 

또한, 이러한 기업의 의무는 ▲노동자는 기업의 이윤 창출의 최전선에 서 있는 경제 주체이며, 이들의 효율적인 작업을 위해 안전 관리 조치가 요청된다는 점 ▲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전한 산업현장 조성은 기업의 잠재적 위험성을 감소시킨다는 점에서 경제적 측면의 당위성이 확보된다.

 

아울러 노동자는 기계나 로봇이 아닌 재해로 세상을 떠날 수 있는 한 명의 사람이라는 점에서 이들이 최대한의 조치가 이뤄진 안전한 현장에서 일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기업의 도덕적 책임 역시 발생한다.

 

마지막으로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급여'는 이들이 기업을 위해 제공하는 노동력에 대한 대가이지, 기업의 안전 관리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회피하는 것에 대한 입막음용 '대가'가 아니라는 점 역시 이 같은 당위성에 힘을 더한다.

 

향후 윤석열 정부는 중대재해법을 어떠한 형식으로든 개정하고자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한 사회적 합의 과정 속에서 새정부가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중대재해법 시행의 중심 가치에는 '기업의 이윤'보다 '사람의 생명'이 선행하고 있음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있기를 기대해본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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