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편리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춰 새로운 앱을 개발하다 보면 금융기관이 보안 문제를 느슨하게 다룰 여지가 생긴다"
불과 몇 일 사이에 국내 주요 금융사들의 보안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허술한 보안 체계가 도마 위에 오르자 한 금융권 관계자가 한 말이다.
신한카드의 부정결제 사고에 이어 KB카드의 고객 정보유출 사고가 일어났다. 이어 삼성 그룹이 야심차게 내놓은 금융 플랫폼 '모니모'에서도 300명이 넘는 고객 정보가 무작위로 유출됐다.
이는 빅테크 기업들의 금융권 진출에 위기감을 느낀 금융사들이 내실보다 양적인 성장에 초점을 둬 정작 중요한 금융소비자 보호는 등한시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신규 데이터 확보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이종업계와 데이터와 관련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것은 물론, 마케팅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한 은행의 경우 데이터 수집을 위해 '배달앱'을 운영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그 이유는 고객 데이터가 곧 회사의 경쟁력으로 귀결되는 까닭에 신규 데이터 확보를 위한 금융사들의 경쟁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삼성금융네트워크의 경우 금융 플랫폼 모니모의 출범 당시,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신규 고객 확보에 나선 바 있다.
모니모는 최소 1천원 이상 모니머니로 교환할 수 있는 '스페셜젤리' 1개를 이벤트에 응모한 전원에게 제공한다. 또한 하루에 한번만 앱에 접속하더라도 수천원에 달하는 모니머니의 적립이 가능하다. 적립은 고객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 한 달에 5만원 규모에 달한다.
그 결과 모니모는 단시간에 구글플레이 앱 스토어의 인기 금융앱 순위에서 현대해상, 카카오페이, 하나원큐에 이어 4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실제로 삼성금융네트워크는 모니모의 잠재 사용자를 2천300만명으로 추산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카카오뱅크는 1천800만명, 국내 1위 금융지주사인 KB금융그룹의 스타뱅킹 앱의 이용자 수는 1천700만명에 달한다.
문제는 금융사에 고객 데이터가 쌓여가는 만큼, 고객 보호를 위한 보안 문제 역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문제가 불거지자 카드사를 전수조사 할 수도 있다는 경고와 함께 재발방지를 위해 시스템 개선을 지도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뒤늦은 사태 수습이라는 비판마저 나온다.
금융사들은 연일 '디지털 혁신'을 통한 성장을 부르짖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을 빠뜨린 모습이다. 금융사들이 고객의 돈을 다루는 회사인 만큼, 고객 보호에도 만전을 기할 것이라는 금융소비자들의 '신뢰'와 '기대'와 같은 것들 말이다.
디지털 시대에 발맞춰 혁신을 통한 성장도 중요하지만, 금융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고객의 소중한 자산을 보호하는 '신뢰 관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난해 금융사들은 고객의 돈을 기반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렸지만, 정작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투자가 있었는지 되새겨 볼 일이다.
【 청년일보=이나라 기자 】